"검찰인사 칼춤"

'윤석열 사단' 당근…정권 수사에 충실한 검사들은 좌천 채찍

이번 인사에서는 윤석열(59·사법연수원 23기) 검찰총장과 호흡을 맞췄던 측근들은 대거 전진배치된 반면 ,환경부 블랙리스트 수사와 드루킹 수사 등 문재인 정부와 각을 세워온 검사들은 줄줄이 좌천성 인사를 당해,검찰 내부에선 '편 가르기 인사','길들이기 인사'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이번 인사에 대해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완전히 편을 가르는 인사가 나버렸다"며 "현 정부에 불리한 수사를 한 사람에게는 인사 불이익을 주면서 검사들에게 '알아서 잘하라'는 경고를 한 것"이라고 우려 섞인 목소리를 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수도권의 한 부장검사는 "이렇게까지 무서운 인사는 처음 본다"며 "내부 구성원 모두 상처받은 분위기"라고 전했다.이어 "인사권으로 검찰을 길들이려는 시도는 어느 정권에나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티 나게 한 적은 없는 것 같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뿐 아니라 연수원 31기인 한 부장검사는 "이게 만일 청와대의 뜻이라면 지난 정권보다도 심한 것"이라며 "검찰을 완전히 죽이는 인사며,나라의 장래가 없다는 생각까지 든다"고 격앙된 목소리를 낸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 등 칼춤 인사의 후폭풍이 거세지고 있다.

현재 윤석열 검찰총장 임명을 비롯한 이번 검찰인사와 관련해 40여명의 검사들이 사의를 표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가운데,제천지청장을 역임한 민기호(49·사법연수원 29기) 대검찰청 형사1과장도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제천지청장을 역임한 민기호 대검찰청 형사1과장은 이번 인사에서 지방인 울산지검으로 좌천됐다. 대검 형사1과는 검찰사무 보고 및 정보, 진정, 내사, 탄원 및 기타 내사사건 등에 관한 업무를 관장하는 주요 보직인데,여기 책임을 맡았던 형사1과장을 아무런 이유없이 지방인 울산지검 형사부로 전보조치했다.민기호 과장은 사직의 갈림길에 서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이번 인사에서는 정권 수사와는 관련없는 본연의 직무에 충실한 강직한 검사들도 인사 불이익을 받은 것이다. 

또한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 사건 수사를 지휘했던 서울동부지검 권순철(50·사법연수원 25기) 차장검사는 한직으로 분류되는 서울고검 검사로 전보된 직후 사의를 표명했는데,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인사는 메시지"라며 뼈 있는 사직의 글을 남긴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권 차장은 "20년 동안 직장에 출근하면서 하루도 기대와 설렘이 없는 날이 없었다"며 "양심적 판단에 어긋나게 처리하는 사건이나 결정은 없었기에 언제나 기쁜 마음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인사는 메시지라고 한다"며 "다른 분들에게는 다르겠지만, 저에게는 '그래, 수고했어. 충분했어'라는 하나님의 음성으로 들린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역시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 사건을 수사했던 주진우(44·사법연수원 31기)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장도 안동지청장으로 발령났다.

통상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장은 서울중앙지검 3차장 산하 인지수사 부서나 대검 혹은 법무부 요직으로 발령받았던 전례를 깨고 검사 5명인 소규모 지청으로 좌천된 것이다.

주진우 부장은 검찰 내부통신망 '이프로스' 통해 사직인사를 전하면서 “제 공직관이 흔들리고 있는데 검사 생활을 더 이어가는 것은 국민과 검찰에 대한 예의가 아니고 명예롭지도 않다고 판단했다”고 사직 이유를 밝혔다.

주 부장은 “2002년 처음 검찰청에 출근했을 때 제 명패를 보고 느꼈던 뿌듯함과 자긍심이 아직 기억에 선한데, 그만 두려고 하니 너무나 아쉽다”며 “정도를 걷고 원칙에 충실하면 결국 저의 진정성을 알아줄 것이라는 믿음, 능력과 실적, 조직 내 신망에 따라 인사가 이루어진다는 신뢰, 검사로서의 명예와 자긍심이 엷어졌다는 느낌”이라고 말하며 검찰을 떠났다.

결국 문재인 정부가 정의롭고 공명정대한 검찰로 환골탈태시켜야 한다는 국민의 뜻을 받들지 않고,검찰개혁이라는 이념의 프레임에만 갇혀 인사 칼춤을 통해,강직한 검사들은 밖으로 내몰고 정권에 순응하는 검사들만 당근을 준 것이 아닌가 하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주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