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자야, 오빠 간다. 엄마 아버지 잘 모셔라."

6·25 전쟁 당시 장진호 전투에서 전사한 고(故) 김정용 일병은 1950년 8월 부대로 향하기 전 여동생에게 이처럼 마지막 인사를 남겼다고 한다.

고인이 부대에서 생전 (동생에게) 마지막으로 쓴 편지에는 "여기는 아주 춥고, 달빛이 너무 차서 더더욱 찬 것 같다.흥남부두에 앉아 바다를 쳐다보며 부모님 생각에 편지를 쓴다. 부디 답장을 길게 보내다오"라는 내용이 담겼다고 한다.

이제는 고인이 된 어머니는 아들의 실종 소식을 듣고는 살아생전 비가 올 때도 우산을 부러뜨리며 "아들이 죽었는데 호사를 누릴 수 있느냐"고 할 정도로 큰 슬픔을 감당해야 했다고 한다. 또한 길을 가다가 군인이 가면 '군인들도 많은데 하필 네 오빠는 그 군복(인) 속에 없냐'며 탄식했다고 한다.

김민자 할머니는 휴가차 집에 들른 오빠의 옷을 보고 미 7사단 111305370 군번을 외웠으며,70년 동안 이를 기억하며 한시도 잊지 않았다고 한다.

가족은 평생 김일병을 찾았지만, 김정용 일병은 군 입대 4개월 만에 치열했던 장진호 전투에서 20살 젊은 나이로 사망했다.

10년 전 김민자 할머니는 국립 현충원에 DNA를 등록하면서 대학 원서를 낸다며 집을 나섰다 군인이 된 오빠를 금일(25일) 70년 만에 비록 유해지만 극적으로 상봉을 하게 된 것이다.

한편 고인의 유해를 포함한 147구의 국군 전사자 유해가 6·25 전쟁 70주년을 맞아 금일(25일) 고국으로 돌아왔다.

지난 25년간 유해 송환을 위해 북미와 한미 양국이 함께 노력한 결실이다.

앞서 북한에서 1990년부터 1994년까지 발굴된 유해(208개 상자)와 북미 1차 정상회담 후 2018년에 미국으로 보내졌던 유해(55개 상자) 속에서 147구가 2차례 한미 공동 감식을 거쳐 국군 유해로 판정됐다.

이들 유해는 이번에 공군 공중급유기 시그너스(KC-330)에 실려 한국으로 보내졌다.

고 김정용 일병을 비롯해 오대영 이등중사, 하진호 김동성 최재익 박진실 정재술 일병이 그들이다.

금일(25일) 청와대에 따르면 고인들의 유해 봉환 소식을 접한 가족들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고 한다.

최재익 일병의 유족들은 한참 동안 통곡했고, 박진실 일병의 여동생도 "말을 잇지 못하고 손발이 떨리는 감동을 느꼈다"고 한다.

그러나 국군 전사자 13만 3천여 명 중 발굴 유해는 1만여 구 정도로, 이 중 DNA 검사로 가족 품으로 돌아간 용사들은 149명뿐이다.(주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