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1년 -이상천 전 시장은 왜 선거에 떨어졌나?
금일(1일)은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치러진지 1년이 되는 날이다.
여론조사에서 크게 앞서며 충북 민주당 자치단체장 후보 가운데 가장 당선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던 이상천 후보의 낙선은 제천은 물론 충북 정가에도 큰 이변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렇다면 이상천 전 시장의 낙선요인은 무엇이며 그가 재기할 수 있는지를 들여다보자.
먼저 시계추를 1년 전으로 돌려보면,2022년 5월25일 현 국민의힘 대표인 김기현 공동선대위원장이 제천을 찾았다.
이어 27일에는 당시 한창 주가를 올리던 이준석 당대표도 제천을 찾아 김창규 후보 지원 유세에 나섰다.이뿐 아니라 선거 하루 전인 5월 31일에는 당시 윤핵관의 중심 인물인 권성동 최고위원마저 제천을 찾아 김 후보 지원유세에 나섰다.
대통령선거도 아닌 충북의 한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 이토록 매머드급 지원유세가 펼쳐진 건 사상초유의 일이었다.
제천시장 선거가 정당선거로 급선회하는 기폭제가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지원유세가 패인의 결정적 요소는 아니었다.
지원유세에 앞서 선거전부터 이상천 전 시장이 추진했던 조경폭포사업에 대해 비판여론이 있었는데,조경폭포의 앞글자를 따서 조폭시장이라는 음해가 나돌았으며, 제천시민들이 가장 염원하며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대형 종합병원 유치에 대해 이상천 전 시장이 공공병원 유치를 발로 걷어찼다는 김 후보측 기자회견이 부동층 향배에 적잖은 영항을 미쳤다.
그야말로 선거 막판에 소나기 펀치가 가해졌으나 이는 낙선의 한 요인에 불과했다.
낙선의 가장 큰 원인은 정권교체에 있었다.
윤석열 대통령 후광이 결정적 역할을 했으며,일본을 방문하는 도중 민감한 시기에 한국을 방문한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지방선거 투표 독려발언도 보수층 집결에 트리거 역할을 하며 악재로 작용했다.
그러나 지방선거 전부터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돼 정권이 교체되면 지방선거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은 있어 왔지만 제천시장 선거는 그래도 이상천 시장이 승리할 것이란 분석이 더 우세했다.그만큼 이상천 전 시장에 대한 오피니언리더층을 중심으로 한 지지세는 견고했다.
27일부터 28일까지 치러진 사전투표 분위기도 나쁘지 않았으며,사전투표율도 제7회 동시지방선거보다 높아 이변의 가능성은 감지되지 않았다.
그러나 6월1일 정작 본선거가 시작되자 현저히 낮은 투표율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와 기대감이 이 후보와 김 후보측에서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정말 개표가 종료되고 믿기지 않은 이변이 발생했다.
김창규 국민의힘 후보 50.8%,이상천 더불어민주당 후보 46.6%의 득표율을 기록했으며,득표수로는 김창규 3만 1200여 표, 이상천 2만 8600여 표로 약 2600표 차이가 났다.
지방선거 직전 KBS청주방송총국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제천시장 적합도 질문에 이상천 민주당 후보가 53.1%로 38.3%의 김창규 국민의힘 후보를 크게 앞질으며,당선 가능성이 높은 후보를 묻는 질문에서는 격차가 더 벌어져,이상천 후보 53.8%, 김창규 후보 27.8%로 격차는 26% 포인트로 거의 두 배 차이가 났으나 선거결과는 달랐다.
정권교체로 인한 윤석열 대통령 후광이 제천시장 선거를 강타했지만
정작 당락을 가른 건 투표율이었다.
제천의 인구 밀집지역이며,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세가 강했던 강제동을 비롯해 용두동,교동장락동 등이 투표율이 50%에도 미치지 못하는 40% 후반대를 기록했다.
강제동을 포함한 화산동 투표율이 48%에 그쳤는데 단독주택들이 밀집한 본화산동의 투표율이 높은 것을 감안하면 강제동 투표율은 이 보다도 더 낮은 것으로 보인다.용두동 투표율도 47%에 그쳤다.
장락.교동도 48%에 그치는 등 믿기지 않은 저투표율이 제천시장 선거 결과에 결정적 트리거로 작용했다.
이는 60대 이상의 고령층의 투표율이 통상 70-80%대를 기록하는 걸 감안하면 인구밀집 지역의 20대와 3-40대 그리고 50대 초반의 젊은층은 평균 10명 가운데 2-3명만 투표장으로 향한 것으로 분석된다.
1948년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고 치러진 수많은 선거에서 제천의 주요 인구 밀집지역에서 40%대의 투표율을 기록한 건 전대미문의 사건이며 현실에서 나타나기 힘든 일이다.
그러나 거짓말처럼 믿기지 않게 현실에서 발생했다.
정권교체로 국민의힘 후보가 탄력을 받은 가운데 발생한 이러한 낮은 투표율은 당락을 가르는 가장 큰 핵심변수로 작용했다.
그야말로 김창규 후보는 정치적 로또를 맞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축구로 비유하면 김창규 후보는 11명이 다 뛴 반면 이 후보 측은 5~6명이나 6~7명이 뛴 꼴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런 상태에서 약 2천표 차이는 2골로 비유할 수 있으며,선전했다고 볼 여지도 충분하다.이는 재기의 발판이 될 수도 있다.
이런 배경에는 지역 오피니언리더들의 열화같은 지지세와 함께 지역언론들의 이상천 후보에 대한 우호적 보도도 크게 한몫했음은 부인못할 사실이다.
그러나 지역여론에 동떨어져 있는 읍면단위와 고령층의 집중투표에 반해 지역여론에 민감한 시내 중심지역과 쳥년층과 중년층의 낮은 투표율은 이상천 후보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
이상천 후보는 와신상담을 끝내고 봉사를 통해 재기를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와 관련 여론 청취에 나선 기자에게 한 시민은 함축적인 말을 전했다.
이상천 전 시장의 재기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한 택시기사는 이상천 전 시장에게 달려있지 않다고 했다.김창규 시장에게 달려 있다고 했다.
김 시장이 잘한다는 평가를 받는 등 여론이 좋으면,이 전 시장이 그만큼 어렵겠지만 별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면 이 전 시장이 충분히 다시 선택받을 가능이 있다고 했다.
이를 반증이라도 하듯이 벌써부터 총성없는 여론전이 펼쳐지고 있다.
김창규 시장은 최근 보도자료를 통해 일일 체류형 관광객 5천명 유치와 3조원 투자유치에 대해 애드벌룬을 띄우고 있다.
김창규 시장도 (여론전을 통해) 어럽게 잡은 기회를 쉽게 놓치 않겠다는 각오가 단단한 것으로 보인다.
김창규 시장은 지난 선거에서 정권교체 바람으로 인해 노장년층을 중심으로 한 지지층 결집과 낮은 투표율로 비우호적인 여론을 극복할 수 있었지만 다음 선거는 정권 말기라서 4년간 시정에 대한 여론이 무엇보다 당락을 가르는 주요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한 시민의 이상천 전 시장의 재기는 김창규 시장 하기 나름이라는 대목을 곱씹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앞으로 펼쳐질 여론전에서 언론의 정론직필이 더없이 중요해 보인다. (주은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