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시는 날 익명 게시글의 진실- 제천시 간부 공무원들은 직원들에게 밥이나 얻어먹는 비루한 존재인가?

'반짝인다고 다 금은 아니다.' 

이 말은 진실을 전해야 하는 기자로서는 금과옥조로 삼아야 할 말이다. 

제천시 한 사업소에 근무하는 공무원이 (상사) ‘모시는 날’ 악습을 고발한다며,익명으로 직장인 커뮤니티에 올린 글이 마치 제천시 간부 공무원들이 부하 직원들에게 밥이나 얻어 먹는 파렴치한 존재로 비춰지고 있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해당 게시자는 "과장.국장.소장들이 정액 급식비가 나옴에도 불구하고 월 200만원 버는 7,8,9급 공무원들이 매일같이 식사비용 전액을 대고 있다"고 했다."그들은 말단 공무원보다 2배 이상 많은 월급을 버는데 왜 저희가 매 끼니를 대접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현재 제천시 공직사회에서 팀원들이 실과장과 식사를 나누는 자리를 '모시는 날'로 부르고 있지만 실상은 과장들이나 팀장들이 상사를 존중하는 차원에서 그렇게 부르고 있는 것이지 본질은 친목을 도모하는 성격이 강하다. 

해당 사업소는 3개과 12개 팀으로 구성돼 있어 소장과 식사 자리는 한 달에 고작 한 두번이 전부다.일주일에 한 두번이 아니고 한 달에 한 두번 정도로 돌아온다. 

본청 국장들 또한 사정은 비슷하다. 

팀원 5명이 나가 국장이나 소장과 1만원 짜리 식사를 한다면 해당 게시자가 부담하는 경비는 한 달에 2천원 정도에 불과하다. 3만원짜리 식사를 해도 6천원 정도 부담하는 꼴이 된다. 

실과장들이 돈이 없어 부하 직원에게 밥이나 얻어 먹는 게 아니다.한 달에 한 두번 정도 부서장이 속한 과의 팀원들과 친목을 나누는 의미가 훨씬 크다. 

돈에 대한 부담은 사실상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해당 게시자는 "7,8,9급 공무원들이 매일같이 식사비용 전액을 대고 있다"고 했지만 이는 오해받기 딱 쉽게 글을 올린 것이다. 

"말단 공무원보다 2배 이상 많은 월급을 버는데 그들에게 왜 저희가 매 끼니를 대접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 글은 마치 간부 공무원들이 자신들이 돈을 더 버는데도 몰염치하게 돈을 적게 버는 부하 직원에게 밥을 얻어 먹는 비루한 존재로 비화하고 있다. 

그러나 공직사회는 특수성이 존재한다. 

부서장이 팀원들의 식사비를 매 끼니 낸다면, 큰 부담일 수 있다. 

또한 매 끼니 더치페이(각자 갹출)하는 것도 부서장으로서는 곤혹스런 일로 모양새가 좋지 않다. 

그래서 과에 총무나 서무를 두고 일정액을 공동분담하고 그 돈으로 식사비를 낸다.본청의 경우 과장들도 그 경비에 돈을 보태는 경우가 많다. 해당 사업소에서는 소장이 돈을 보태지 않았지만 식사 자리가 한 달에 한 번 정도여서 실제로 상사를 위해 부담하는 경비는 미비한 수준인 것이다. 

글이 진실을 담고 있기 보다는 왜곡된 부분이 더 크다는 것이다. 

과연 8,9급 말단 공무원이 이런 글을 쓸 수 있을까? 

결국 해당 게시자는 피해를 보고 있다는 8,9급의 말단 공무원이 아닌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럴 경우 언론은 진실을 전해야 한다. 

설상 글을 올린 사람이 8,9급 말단 공무원이라고 해도 그 공무원이 전체 말단 공무원을 대변한다고 하기에는 식사자리 횟수나 경비 부담이 너무나 미비해 그렇게 글까지 올릴 정도의 심각한 사안이 아닌 것이다. 

또한 언론이 다루기에도 큰 부정부패는 아닌 것이다. 

비근한 예로 중앙부처도 이러한 식사문화는 존재하며,다른 지자체도 사정은 비슷하다. 

그러나 문제를 안 삼는 것은 일반적으로 통용될 정도의 수준을 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제천에서 문제가 된 것은 상사 비난에 초점을 맞춘 글을 마치 전체 말단 공무원이 큰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처럼 호도하고 더 나아가 마치 공무원 내부에서 세대간 갈등이 있는 것처럼 몰아가고 있는 것이 더 큰 문제인 것이다. 

일반시민이나 기자가 공무원이라면 자신의 상사인 국장이나 소장과 한 달에 한 번 정도 식사하는 게 과연 큰 부담으로 다가 오겠는가? 

한 공무원은 "요사이는 전자결재가 많아 실과장들이 일일이 팀원들과 대면기회가 적어 한 달에 한 두번 정도 식사 기회를 갖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뜻을 전했다. 

명칭이 '모시는 날'이든 '친목의 날'이든 '간담회의 날'이든 날로 각박해져 가는 세상에서 자신의 부서장과 한 달에 한 두 번 정도 얼굴을 맞대고 식사하는 것을 누가 나서서 부패하다고 육모방망이나 펜을 들이댈 수 있겠는가? 

해당 글의 작성자가 말단 공무원이 아니라고 의심을 받는 이유는 역설적으로 말단 공무원들의 민의를 담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작 MZ세대들은 돈보다는 상사들과 자리를 어울리는 것을 꺼려하는 분위기가 더 우세하다. 

해당 게시자의 글은 이러한 여론을 담고 있기 보다는 대부분 부서장 비난에 집중하고 있다. 

직원들 밥사는데 업무추진 카드를 안 쓰고 자신의 가족들이 사용하게 하는 등 자신만을 위해 쓰는 경우가 문제가 되고 있는 현실에서 상사가 직원들에게 업무추진비를 사용한 것을 궂이 생색을 내고 밥을 샀다고 비난하는 것은 제도개선보다는 자신의 상사 비난에 방점이 놓여 있다고 보기에 충분한 의심이 든다. 

결국 8,9급 공무원이 아닌 공무원이 마치 8,9급 공무원인 것처럼 위장해서 글을 올렸다면 이는 부서장과의 사적인 감정에 공적인 조직을 이용한 것으로써 그 순수성이 의심받기에 충분함은 물론 제천시 공무원들의 명예를 실추한 심히 중대한 사안이라 아니할 수 없다. 

제천시 공직사회 현실에서 실상은 공무원들의 세대간의 갈등과 금전적인 부담이 미비한 상황에서 마치 그렇게 여론을 몰아가는 것은 제천시민과 제천시 이익에 반하며, 제천시민과 공무원들의 명예를 실추하는 일임을 지적해두고 싶다. 

사회 통념상 직장 상사를 위해 한 달에 1-2만원 쓰는 것을 과연 혹사당하고 있다고 볼 수 있겠는가? 

제천시 한 고위 간부공무원은 "직원들이 밥을 사면 자신은 커피를 산다"며,"커피값이 훨씬 더 많이 들어간다"고 했다. 

앞으로는 제천시 간부공무원들은 팀원들과 식사자리에서 자신의 식비는 자신이 내거나 식사 횟수를 줄이거나 아예 그런 자리를 만들지 않는 경우로 위축될 수도 있겠지만 날로 각박해져 가는 세상에서 제천시 공직사회가 더 각박해져 가는 것은 아닌지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 

끝으로 과연 공무원들의 밥값문제까지 거론하는 게 언론의 역할인 것인지에도 회의감이 든다. 

세상에는 상식이 존재한다.제천시 공직사회도 그 상식을 충실히 따랐으면 한다. 

그리고 기자도 상식을 준용하면서 기사를 쓰는 것이 상식임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된다고 지적하고 싶다.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 체제의 근간으로 어떤 경우에도 마땅히 보호되고 존중돼야 하지만 그 전제는 남을 (음)해하려는데 이용하지 않고 진실을 담아 낼때라고 말하고 싶다.(주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