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慘事) 싸늘한 민심과 상실의 시대
이태원 참사(慘事)의 희생자 유가족은 오열하고 통곡하고 방성대곡하고 여리고 착한 국민들은 남모르게 흐느껴 운다.
희생자 유가족에게는 감당할 수 없는 슬픔과 충격이란 걸 너무도 잘 알기에 눈시울을 붉히는 국민들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고통속에서 엄마 아빠를 찾다가 스러져간 젊은 영혼들을 생각하면,유가족에게는 비할 바가 아니지만 눈물이 쏟아진다.
기자도 새벽에 일어나 주르륵 눈물을 흘렸다.그리고 가을 동강을 지나가다가도 눈물을 흘렸다.고통속에 스러져간 희생자들과 감당할 수 없는 슬픔에 놓인 유가족을 생각하는 눈물이었다.
지금 대한민국은 국민적 트라우마에 빠져있다.
그리고 민심은 급속히 싸늘해지고 있다.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주어를 잃은 검은리본은 정부가 이번 사태를 대하는 진정성을 의심케 한다.추모(追慕)나 근조(追悼)라는 글귀도 없는 무감각한 검은 천이 검은 잎처럼 공무원들 가슴에 붙어있을 뿐이다.
112 신고 녹취록이 공개되기 전에는 정부의 공식 명칭이 이태원 사고와 이태원 사망자였다.그러나 10월 29일 오후 6시 30분 경부터 사태의 심각성을 알리는 112 신고 녹취록이 공개되고 나서는 이들은 국가로부터 어떤 보호조치나 구호조치를 받지 못한 희생자다.
권력이 국민에게 있지 않고 독재자에게 있던 권위주의 정권에서도 이런 일이 발생했다면 내무부장관 치안본부장,서울시장,용산구청장은 책임을 통감하고 사퇴했거나 경질됐을 것이다.하물며 권력이 국민에게 있다는 민주화 정권에서 더 뻔뻔하고 진정성이 결여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라는 건 통탄할 일이다.
진정성이 결여되면 경질이나 사퇴로 사태가 수습되지 않는다. 또한 때를 놓치면 그 어떤 문책성 인사로도 국민의 마음을 달랠 수 없다.대통령은 국가의 상징이라 그렇다쳐도 그 어느 누구하나 책임을 통감하고 국민들께 무릎을 꿇고 사죄의 마음으로 진정성을 보이며,책임지는 사람이 없으니 민심은 더욱더 싸늘하다.
2022.10.29 이태원 희생자들의 유류품- 이 남겨진 운동화가 당시의,고통과 급박했던 상황을 지울 수 없는 족적처럼 우리에게 남기고 있다.유가족의 양해를 얻어 이것을 우리는영원토록 전시해 다시는 이땅에서 이런 희생이 없도록 해야 한다.
희생자들 가운데는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청년가장도 있다고 하는데, 정부는 유가족의 마음을 어루만질 제대로된 대책하나 내놓고 있지 못하다.
제대로된 행정과 정치는 현장방문과 조문에 있지 않다.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며 헌법을 수호할 책무를 지니는 대통령과 정부가 마음 깊이 잘못을 인정하고 국민들께 용서를 구하는 진정성으로부터 제대로된 행정과 정치가 시작되는 것이다.
112 녹취록이 존재하기에 어차피 국가의 책임과 배상을 피할 수 없다.
156명 희생자가 처한 상황을 상세히 분석해 거기에 맞는 국가적 지원을 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한 인간의 죽음이 살아 있는 자들에게 어떠한 고통으로 파생되는지를 그린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상실의 시대'는 참으로 앞으로 이태원 참사에도 그대로 전이될까 두렵다.
그것을 방지하기 위해 부단히 우리는 힘을 쏟아야 한다.
친구 기즈키의 죽음으로 연인 나오코도 우울증을 앓다가 결국 극단적인 방법으로 생을 마감하게 되며,기즈키의 친구 와타나베도 자신의 젊음이 완전하고도 영원히 망가져 버린 것 같다고 고백하는 쓰라린 과정들을 그린 상실의 시대는 개인사를 그린 순수소설이다.
기자는 이번 이태원 참사에 있어 유가족에게도 그런 상실감이 찾아 올 것을 알기에 더욱더 가슴이 미어진다.이태원 참사로 인한 상실감은 개인을 떠나 국격의 상실,희망의 상실로도 다가온다.
기자에게 열심히 외신을 전해주는 서울 사는 친구는 민심 이반이 심각한 상태임을 말한다. 그는 지난 대선에 있어 서울 등 수도권의 민심이 윤석열 후보에게 있다며,냉철하게 현실을 전해주며,여론조사에서 박빙이라고 하지만 서울에서 윤석열 후보가 이겨 결국 승리할 것이라고 말한 인물이다.영어에 능통한 그는 외신을 전해주며, 월스트리트저널,워상턴포스트,BBC 등 세계 주요외신이 모두 이번 사태를 윤석열 정부의 책임으로 보도하고 있다며,지금 윤석열 정부가 번지수를 잘못 찾고 있음을 지적했다.
현재 대한민국은 권력자를 지키는데는 모든 경찰력과 행정력이 동원되지만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데는 경찰력 운용부터 문제가 심각하다. 한 명의 시민을 더 구하기 위해 현장 경찰들은 온몸을 던졌지만 역부족이었다.
경찰력 운용과 배치는 이 힘없는 일선 경찰들의 몫이 아님에도 윤희근 경찰청장은 읍참마속을 거론했다.
깨끗이 책임을 져야 할 경찰 수장이 자신의 칼로 부하를 베겠다는 이 몰상식한 행동이 지금 윤석열 정권의 현실이다.
모택동이 했다는 유명한 말 조반유리(造反有理)처럼 민심이 싸늘한데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물론 조반유리는 숙청을 정당화 하기 위해 모택동이 견강부회로 끌어들인 말이지만 지금 대한민국에서 민심이 싸늘한데는 분명 이유가 있는 것이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이 지금은 마지막 잎새처럼 붙어있지만 결국은 그 잎새가 떨어지고 말 것이다.그러나 지금 국민들은 잎새가 아니라 썩은 나무 자체가 베어지는 것을 보고 싶어한다.
이제 윤석열 대통령 다운 자신의 정치를 보여주어야 한다.자신이 직접 썩은 곳을 도려내야 한다.낮에는 썩은 곳을 도려내는 냉철함과 밤에는 유가족들을 찾아 그들의 아픔을 달래는 인간미 있는 모습을 진정성 있게 보일 때 가슴에 멪힌 한이 조금은 누그러질 것이다.어치피 떨어질 잎새(이상민 윤희근)를 흔들어 떨어뜨리는 것으로 이번 사태가 수습되지 않으리라는 걸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가 절실히 깨닫기 바란다.
지금 유가족들은 살아있지만 살아있다고 말할 수 없다. 입속의 검은 잎처럼 이미 내면은 죽은 채로 육체의 껍데기만 그 자리에 남아있는 것이다.
그들의 고통을 머리가 아닌 영혼으로 얼싸안는 윤(倫)의 모습을 과연 우리는 볼 수 있을까? 윤(尹)이 아닌 윤(倫))의 모습을.........(주은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