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고향사랑 기부제 누구 머리에서 나왔나? 김창규 시장을 비롯한 단체장들 스트레스 가중될 듯

뉴스저널 작성일 : 22-12-22 08:40

내년부터 고향사랑 기부제가 전면 시행된다.

고향사랑 기부제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다. 재임시절 국정과제로 채택됐으며, 국회에서「고향사랑 기부금에 관한 법률」이 지난해 8월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내년부터 시행하게 됐다

말이 좋아 고향사랑 기부제지 사실상 지자체별로 기부액이 비교되기에 한국 현실에서는 향우회를 중심으로 준조세 형식이 될 우려가 높다.

예컨대 익숙한 과거의 국방성금이 이제는 고향성금이 되는 형식이다.

우선 이 제도는 선의의 기부자나 단체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줘 오히려 기부문화를 저해할 우려가 있다.

연말연시를 맞아 전국 각지에서는 자발적으로 기부행렬이 이뤄지고 있다. 제천에서도 사랑의 온도탑이 제막됐으며, 각 주민자치센터별로 활빌한 기부가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어떤 증정품도 받을 수 없으며,세액공제도 미비하다.

고향사랑 기부제는 100만원을 기부하면,30만원 상당의 한우세트나 과일을 받을 수 있고 약 16%인 248,500원의 세금도 공제받을 수 있다.

100만원 기부하고 248,500원의 세액공제와 30만원 상당의 답례품을 받아가는 것이다.

그러나 묵묵히 자신이 거주하는 고향에서 기부하는 사람은 미비한 세액공제만 있을 뿐 어떤 혜텍도 없다.

제천에 거주하며 기부하는 사람중에는 제천이 고향이 아닌 사람도 있을 텐데, 이들이 자신의 고향에다 기부하고 전국적으로 이와 같은 일이 도미노처럼 이어진다면, 이는 결국 아랫돌 빼어 윗돌 괴는 형식이 될 것이다.

단체장 입장에서는 다른 자치단체와 기부금 모금액이 비교되기에 공무원 조직을 동원할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고향사랑 기부금법상 향우회를 직접 방문해 기부를 권유하는 등의 행위가 금지되지만 현실에서는 먹고살기 빠듯한 출향민들의 자발적인 기부를 이끌어내기가 녹록치 않은 상황에서 결국 향후회 등을 통한 묵시적 기부가 이뤄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선출직인 단체장 입장에서 무능한 단체장으로 비춰진다면,선거에 직격탄을 맞을 수 있기에 각 자치단체의 서울사무소는 그야말로 총대를 메야하는 형국이 될 것이다.법과 현실이 따로 노는 상황이 펼쳐질 수밖에 없다.

답례품 제공 또한 그렇다. 이는 어려운 이웃을 도운다는 취지와 다르게 답례품 선정에 들어간 업체만 노나는 꼴이 된다.100만원을 기부하면 30만원을 답례품으로 받기에 적은 금액이 아니다.

당연히 답례품목에 들어가기 위한 필사의 노력들이 전국 각 자치단체에서 펼쳐질 텐데, 제천시는 사전 공지도 없이 '고향사랑 기부제 답례품 선정위원회’를 만들어 품목을 확정했다.

품목이 다양하기에 한 업체에 대한 몰빵은 아니지만 답례품에 들어간 업체나 단체는 어떻든 이득이 되는 구조여서 투명함과 신중함이 필요함에도 제천시는 답례품 선정위원회 구성에 대한 공모과정을 거치지 않았다.

또한 다른 지자체와 달리 제천에서는 제천시인재육성재단을 통한 인재육성 기금이 활발하게 모금되고 있는 현실에서 고향사랑 기부제는 어떻든 인재육성기금 모금에 직간접 영향을 줄 수밖에 없을 것이다.현재 출향민 중에서도 제천시인재육성재단에 기부를 하는 경우도 있는데,앞으로 고향 사랑기부제로 옮겨갈 가능성도 있다.

또한 현실에서 인재육성재단에 100만원을 기부해도 제천시와 인재육성재단은 선물 꾸러미를 줄 수 없다.

결국 자신이 거주하는 곳에서 묵묵히 기부해온 사람이나 단체는 어떤 혜택도 없이 고향사랑 기부제 형식으로 기부하는 사람에게만 혜택을 주는 것은 형평성 차원에서도 설득력이 약하기에 제도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지금 제천에서는 얼굴없는 천사가 20년째 기부를 이어오고 있으며,제천시인재육성재단은 전국에서도 첫손가락 꼽힐 정도로 기금 모금에 있어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데,고향사랑 기부제가 상대적 박탈감을 줄 수도 있어 기부금에 대한 형평성 차원의 대책이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앞으로 제천서울사무소와 재경제천향우회 등이 어떻게 고향사랑 기부제에 대처할지 행보가 주목된다.

고향사랑 기부금법상 지자체측이 향우회나 동창회 등과 같은 모임을 직접 방문해 기부를 권유하지 못하도록 했다. 방문 뿐만 아니라 개별적인 전화, 서신, 문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활용한 권유 또한 마찬가지로 제한했다.그러나 현실에서 이것이 얼마나 지켜지겠는가? 암암리에 상의나 대화가 이뤄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미국을 중심으로 선진사회는 도네이션(donation)이 일상화 됐다. 그러나 이들은 관제 기부가 아니다.그야말로 자발적인 기부다.한국에서 전면 시행되는 고향사랑 기부제는 관제 기부가 될 가능성이 높다.

무엇이든 순수해야 한다.

돈이 다가 아니다.기부금 액수가 다가 아니다.

말없이 순수하게 기부하는 단체나 기부자가 상대적 박탈감을 겪게하는 제도 운영은 신중했어야 했다.

언론의 비판기능은 이럴때 필요한 것이다.

타지에서 먹고살기에도 빠듯한 출향민들의 마음은 또 어떨까? (하단 여론조사 도표 참조)

뭐든지 자발적으로 이뤄지도록 해야지 지자체 별로 경쟁을 시키면,폐해가 발생하지 않을 수 없다.어려운 이웃을 돕고 고향을 발전시킨다는 명목은 좋지만 30%의 답례품은 순수성을 의심케 한다.

기부금의 원래 취지대로 그냥 순수하게 진정한 마음으로 자발적으로 기부하도록 하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대한민국에서는 도네이션(donation)이란 선진사회의 순수한 기부문화의 대명사가 이렇게 또 변질될 수 있는 것인지 안타까움이 밀려온다.

제천에서 만큼은 고향사랑 기부제가 관제 고향사랑 기부제로 전락되지 않기룰 바란다.

1년에 단돈 천만원이 모금돼도 자발적으로 이뤄지도록 김칭규 시장의 과감하고 명확한 입장표명이 필요해 보인다.

고향사랑 기부제에 어떤 공무원 조직도 동원하지 않겠대는 그 순수성과 용기를 출향민과 시민들은 더 높이 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