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회식은 '업무의 연장선'이라고 해 잔뜩 겁 먹었는데 막상 해 보니 너무 좋더라구요. 이런 걸 회식 체질이라고 하나요? (하하하)"  국제교류 프로그램에 따라 충북 제천시에서 근무하는 첫 외국인 공무원이 된 중국 장수(樟樹)시 공무원 정징(鄭靜·29·여) 씨의 말이다.

제천시에 파견된 중국 장수시 공무원 정징 씨

지난 5월2일 제천시에서 공무원 임용장을 받은 정징 씨는 오는 10월 19일까지 6개월 동안 교환 근무를 하게 된다.

영어교사였던 정징 씨는 공무원 시험에 합격해 2014년부터 장수시의 세무·홍보·산업안전 분야에서 일하다 제천시에 파견됐다. 자치행정과에 배치돼 중국 관련 외사업무를 담당한다.

두 달 남짓한 한국 생활에서 주위의 도움으로 지금까지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고 한다."한국 공무원들이 이렇게 친절한 줄 몰랐어요. 부서 배치 첫날부터 감동받았어요. 누군지도 잘 모르는 외국인한테 상냥하게 인사하고, 모르는 것도 자세히 가르쳐주더라고요. 쉬는 시간에도 와서 도와줄 거 없느냐고 물어보기도 하고요."

첫 회식 때는 업무의 연속이라느니 폭탄주를 돌린다느니 하는 '악명 높은' 문화에 관해 익힌 들었던 터라 많이 긴장했다. 하지만 걱정했던 것과는 많이 달랐다.

"퇴근 후 회식하자고 했을 때 솔직히 약간 겁도 났어요. 그런데 음식이 나오기 전에 그날 있었던 일이나 업무에 관해 서로 편하게 얘기를 나누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사무실 분위기보다 훨씬 편안해서 좋았어요."

술을 억지로 권하는 모습도 못 봤다고 했다.

중국의 4대 약재 도시인 장수시에서 태어나고 자란 정징 씨는 한방도시, 자연치유도시를 내세운 제천시가 마음에 쏙 들어 교환근무를 자원했다.

그는 "시야를 넓히고 세계적 안목을 갖는 데 도움이 될 거 같아 교환 근무를 지원했다"며 "한방바이오라는 제천의 도시 브랜드에 큰 매력을 느꼈다"고 말했다.

일과 후나 휴일에는 멘토인 제천시청 직원의 안내로 제천 곳곳을 돌아보고 등산도 자주 한다. 지인들과 산행을 마치고 경치 좋은 카페에서 차를 마시는 게 큰 즐거움이다.

그는 한국 공무원들이 매우 부지런하고 업무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서도 깊은 인상을 받았다.

웬만한 층을 오갈 때는 승강기 이용을 자제하고, 날씨가 여간 더워서는 에어컨을 틀지 않는 등 에너지와 공공자원을 절약하는 모습도 새롭다고 했다.

한국과 중국의 지방자치단체는 규모와 조직 면에서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다르지만, 시민을 위한 서비스가 최우선이라는 점은 똑같다고 강조했다.

한국과 중국 공무원의 경쟁력을 비교해 달라는 다소 얄궂은 질문에는 각유천추(各有千秋)라는 현답(賢答)을 내놨다. 각자 오랫동안 쌓아 온 경험과 지식을 토대로 한 장점이 누구에게나 있다는 뜻이다.

정징 씨는 "중국에 돌아가면 한국에서 배운 걸 토대로 더 좋은 공무원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며 "내년 열리는 2017 제천국제한방바이오산업 엑스포에 많은 중국 도시가 참여하도록 힘닿는 데까지 돕겠다"고 말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