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하남에 제2 캠퍼스 설립을 추진 중인 충북 제천의 세명대가 학교 내 대규모 토지를 외부에 무상 제공하겠다는 파격적 제안을 내놔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세명대의 수도권 이전을 우려해온 제천 지역 주민들은 이를 두고 본격적인 수도권 캠퍼스 건립 수순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25일 세명대와 제천시 등에 따르면 세명대는 최근 6만6천㎡(2만 평)에 달하는 정문 부근의 학교 땅을 연구소나 산학협력 기업 등에 무상 제공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세명대는 충북도를 비롯한 관계 기관을 통해 이런 뜻을 외부에 알리고 적임자를 물색 중이다.

학교 관계자는 "제천에 들어오려는데 기술력은 있으나 땅이 없어 어려움을 겪는 연구소나 기업에 학교 소유 땅을 무상 제공하기로 했다"며 "이왕이면 땅을 필요로 하는 쪽과 학교 모두에 도움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세명대는 연구소든 기업체든 상관없지만 교수들의 연구나 학생들의 학습 활동과 연관이 있는 곳에 땅을 우선 제공하겠다는 생각이다.

학교 쪽은 애초 600억 원을 들여 이곳에 학교와 지역이 함께 쓸 수 있는 대형 컨벤션센터를 지을 계획이었으나 제천시가 유사한 성격의 교육문화센터 건립을 추진하는 것을 알고 계획을 접었다는 것이다.

세명대 관계자는 "제천 같은 중소 도시에 대형 컨벤션센터는 하나면 충분하다고 판단해 계획을 수정했다"며 "학생 수가 계속 감소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학교 건물을 더 지을 계획이 없어 외부에 제공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땅을 무상 제공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몇 군데서 연락이 오긴 했지만 양쪽의 견해차 때문에 입주할 곳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세명대는 적임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한의대가 있는 학교 특성을 살려 한방약초단지를 조성하거나 휴식공간으로 만들어 시민에 개방하는 방안 등을 대안으로 검토 중이다.

세명대의 토지 무상 제공 방침에 대한 지역여론은  민감한 분위기다. 일부에서는 세명대가 수도권 이전 준비 차원에서 필요 없는 땅을 정리하려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심지어 무상 제공이 아니라 매각에 나섰다는 소문까지 돈다.

세명대가 지난 9월 교육부에 '대학 위치변경 승인 신청서'를 제출하는 등 경기도 하남 미군기지 반환공여지에 제2캠퍼스 설립을 추진 중인 것과 무관치 않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세명대는 "컨벤션센터 건립 취소로 필요가 없어진 땅을 공익 차원에서 무상으로 사용케 하려는 것"이라며 "매각설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