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총선을 앞두고 벌어진 선거구 조정 지연과 여야를 막론한 공천 갈등은 유권자들에게 상당한 피로감을 불러왔다. 유권자들의 '정치 혐오증'이 총선을 맞이하면서 극에 달했다는 지적까지 나왔다.기민한 정치권과 총선 후보들이 이런 유권자들의 심리를 간파했다.

선거 때마다 최고의 홍보 수단으로 삼았던 유력 정치 지도자를 '배경'으로 내세우거나 정당 이미지를 부각하는 것조차 유권자의 피로감을 불러일으켜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조심스러워 한다.충북 여야 후보들의 선거공보물에서도 변화의 기류가 읽힌다.

여당인 새누리당 소속 충북 8개 선거구 후보들의 선거공보물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박근혜 대통령'을 대표로 하는 정치 지도자 마케팅이 현격히 줄었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 임기 2년차인 2014년 6·4 지방선거 때만 해도 새누리당 후보들은 앞다퉈 박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을 선거공보물에 담았다. 박 대통령과의 친분 과시가 표로 연결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하지만 이번 총선 공보물에서 박 대통령과 찍은 사진을 비중 있게 다룬 후보는 전체 8명 중 최현호(청주 서원)·박덕흠(보은·옥천·영동·괴산) 후보 두 명 뿐이다.

나머지 후보들은 박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을 담았지만 비중은 작았고, 권석창(제천·단양),정우택(청주 상당)후보의 공보물에서는 박 대통령을 모습을 아예 찾아볼 수 없었다.대신 대다수 후보가 자신의 능력과 차별성을 부각하는 데 주력했다.

젊은 일꾼,경제와 정치의 전문가,법률·예산·농촌 전문가라는 슬로건에서 의도를 엿볼 수 있다.정치 피로감에 지친 유권자들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개인의 능력과 자질 알리기로 승부를 보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제천,단양의 권석창 후보는 "뛰어라 석창아"와 "국토교통부 츨신 지역개발 전문가"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이런 분위기는 더불어민주당도 비슷하다.

더민주 후보 8명의 선거공보물에서는 김종인 당대표나 문재인 전 대표 등을 내세운 '지도자 마케팅'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이들 후보는 제1여당이 매 선거 때마다 그랬던 것처럼 '정권 교체론'을 일제히 내세우면서도 자신의 장점과 경쟁력을 부각시키는 데 집중했다. 슬로건 역시 '서민의 대변자', '○○○을 쓰십시오', '당신의 든든한 친구' 등 대중적인 느낌을 담으려 한 의도가 엿보인다. 제천,단양 이후삼 후보 역시 "큰정치를 배웠습니다" "제천,단양의 운명을 바꾸겠습니다."란 슬로건을 내걸며 일꾼 후보론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정치 신인들이어서 인지도가 떨어지는 국민의당 후보 5명은 '안철수 마케팅'을 전면에 내세우지는 않았지만 공보물에 안 대표와 함께 찍은 사진은 빠트리지는 않았다.

그러면서도 국민의당 후보들은 공보물을 대부분 자신이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를 알리는데 할애했다.  제천단양의 김대부 후보는 "제천,단양의 밝은 미래 준비된 혁신" 으로 역시 준비된 일꾼론을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지역 정가 한 관계자는 "'식물국회'라는 비판이 고조된 상태에서 치러지는 총선이라 국민의 기대가 그 어느 때보다 컸는데 초반부터 여야 모두 집안 싸움에만 몰두했으니 유권자 불만이 큰 게 사실"이라며 "유권자 심리를 잘 알고 있는 후보들이 선거공보물에서 당보다는 개인을 부각하는데 주안점을 뒀을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