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 대선의 향배를 가를 대선후보 TV 토론회가 내일(13일)부터 본격적인 막이 오른다.

후보들의 운명을 가를 TV 토론회 시즌 개막을 앞두고 각 후보 캠프가 전략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TV토론회는 13일 기자협회·SBS 초청 토론회(오전10시)를 시작으로 19일 KBS 토론회,(오후10시), 21일 JTBC 토론회, 23·28일과 다음 달 2일 중앙선관위 토론회 등으로 이어진다.

양강을 형성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TV토론을 독주(獨走)의 계기로 삼는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반면, 범보수 진영의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와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 진보 진영의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반전 포인트를 확보하기 위해 TV토론에 '올인'할 전망이다.

◇문재인, 5년 전 대선 토론 경험…5년간 콘텐츠 보강

민주당 문재인 후보 측은 이미 5년 전 당시 박근혜·이정희 대선후보와 본선 TV토론을 경험한 것만으로도 충분히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판단하는 분위기다.2012년 대선과 이번 대선후보 경선에서 TV토론을 준비하며 문 후보와 호흡을 맞춘 신경민 의원이 미디어본부장을 맡아서 토론 준비를 진두지휘한다.

문 후보 측은 새로 도입된 '스탠딩 토론' 형식이 특별히 불리할 게 없다는 태도다.지난 대선에서 TV토론을 준비할 때 토론에 필요한 정책이나 공약을 숙지하는 데 문제가 없었던 데다 5년간 콘텐츠가 더 보강돼서 누구와 겨뤄도 밀릴 게 없다고 보는 것이다.

특히 문 후보가 변호사 출신으로 논리 전개나 내용 전달 면에서도 다른 후보에 비해 우위가 있다고 보고 토론에서 확실한 우세를 점하겠다는 계획이다.다만 새로 도입되는 형식으로 처음 치러지는 토론인 만큼 어떤 변수가 등장해서 영향을 미칠지 모른다고 보고 별도의 자문팀을 구성하는 등 할 수 있는 모든 준비를 다 해서 토론에 대비할 것으로 보인다.

진성준 TV토론 단장은 11일  "토론 경험이 많고 전략적 감각이 좋은 전·현직 의원들로 자문위원회를 구성해 도움을 받을 계획"이라고 밝혔다.자문위원회에는 이해찬 박병석 민병두 의원 등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안철수, TV 토론회서 '골든크로스' 노려…'청춘콘서트'로 단련

KBS·YTN 언론인 출신의 국민캠프 표철수 소통자문단장을 필두로 상황실, 정책실 인력을 보강해 토론회 준비팀을 꾸렸다.소통자문단에는 언론인 출신 4∼5명이 전진 배치됐다. 이들은 다른 후보의 토론 스타일을 분석하고 안 후보의 강점, 약점을 찾아 보완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캠프는 안 후보에게 스탠딩 토론이 유리한 방식이라며 반기는 분위기다.

5년 전부터 '청춘콘서트'와 TV토론으로 단련돼 기술적인 면에서는 어느 정도 준비가 됐고, 올해 초부터 재벌개혁, 일자리, 안보, 여성 등 각종 정책을 발표하며 콘텐츠 면에서도 자신 있다는 것이다.

표철수 소통자문단장은  "민주당 캠프 언론 자문단에만 50여 명이 소속돼 있다는데 우린 그럴 필요가 없다. 후보 자체가 워낙 내공이 강한 후보"라며 "안 후보는 콘텐츠와 미래에 대한 확고한 철학이 정립돼있다"고 말했다.

다만, 한국당 홍준표 후보의 공격적인 토론 스타일에는 대비해야 한다는 분위기다.한 캠프 관계자는 "당내 경선 토론회에서야 다른 후보가 안 후보의 발언을 중도에 자른다거나 인신공격성 발언을 자제했지만, 5당 후보 토론회에서야 그런 신사적 토론이 가능하겠느냐"며 "미리 후보에게 그런 상황을 주지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홍준표, 실전 리허설로 토론 준비…행정 경험 강조할 것

 한국당 홍준표 후보 캠프는 선대위 미디어본부 소속이자 TV 앵커 출신인 민경욱 의원 등이 중심이 돼 TV토론을 대비 중이다.앞서 홍 후보가 참여한 TV토론 준비 회의를 한 차례 가졌고, 전날에는 실무자들끼리 또 한 차례 회의했다.

 12일에는 다른 당 대선후보의 대역을 투입해 현안별 토론을 정리하는 실전 리허설도 가질 예정이다.그간 홍 후보 특유의 거친 발언이 주목을 받아왔지만, 이번 TV토론에서는 '준비된 대통령 후보'라는 점을 부각하는 데 주력할 예정이다.


무엇보다 4선 국회의원과 원내대표·당대표 경험에 더해 도지사직을 두 차례 수행하며 쌓은 정치·행정적 경험을 강조할 예정이다.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문 후보는 참모만 해본 사람이고, 안 후보는 참모조차 해본 적 없는 벤처 CEO(최고경영자) 출신 아니냐"면서 "홍 후보야말로 나라를 맡길만한 진짜 일꾼이라는 점을 검증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홍 후보는 여러 공식 석상에서 경남도지사 시절 진주의료원 폐쇄, 채무 제로 달성 등의 도정 성과를 강조해온 바 있다.특히, 홍 후보 측에서는 여러 정책 분야 중에서도 안보 이슈가 부각되는 게 유리할 것으로 판단하는 분위기다.

◇유승민, TV토론 최대 수혜자 평가…TV 끝장토론 요구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 캠프는 TV토론을 통해 공약의 깊이와 내용을 제대로 보여주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유 후보 캠프 관계자는 통화에서 "지지율 중심으로 언론보도가 나오다 보니 우리 후보는 공약을 발표해도 소개하는 내용이 적었다"며 "이런 불리함을 TV토론을 통해 상쇄하겠다"고 말했다.

유 후보 캠프는 선관위가 도입한 '무대본 스탠딩 토론'의 최대 수혜자는 유 후보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단 "TV토론쇼가 시작되면 '유승민 쇼'가 될 것"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스탠딩 토론' 자체가 바른정당의 경선 토론을 '벤치마킹'한 것인 만큼 경선과정에서 이미 스탠딩 토론을 경험한 데다 경선에서 최종 승리를 거머쥔 유 후보가 당연히 유리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김세연 선거대책본부장은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선대위회의에서 "중앙선관위가 바른정당의 토론방식을 3차례 중 2차례나 도입했다"며 "우리 바른정당이 이끌어가는 선거혁명이 시작됐고 이 흐름은 본선에서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유 후보는 주요 공약 발표문은 물론, 간단한 논평이나 성명도 본인이 직접 작성할 정도로 주요 현안이나 정책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만큼 토론기술과 정책 이해도에서 승부가 갈리는 TV토론에서 다른 후보를 압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바른정당은 TV토론 횟수가 많을수록 유 후보에게 유리할 것으로 보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TV 끝장토론을 요청할 계획이다.

◇ 심상정 '스탠딩 토론'서 진보정책 차별성 부각

 정의당 심상정 후보 측은 TV토론 준비 태스크포스(TF)를 총괄하는 박원석 공보단장 등을 중심으로 토론 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심 후보 측은 '시간총량제 자유토론' 방식으로 진행되는 이번 토론이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며 반색하는 분위기다.

정해진 답변시간 내에 자유롭게 주제와 상대를 선택해 발언할 수 있는 만큼 다른 후보와 구별되는 심 후보의 국정비전과 철학, 정책을 알릴 기회라는 것이다.심 후보는 다른 야권 후보들과 '개혁 경쟁' 측면에서 차별성을 부각하고, 국민의 삶을 바꿀 수 있는 개혁의 적임자로서 심 후보의 면모를 최대한 어필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방침이다.

박 공보단장은 "심상정이 얻는 표만큼 개혁이 이뤄지고, 차기 정부의 개혁 방향과 수위도 결정될 것이라는 점에 집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특히 노동운동가 출신인 심 후보는 '노동이 당당한 나라'를 만든다는 비전을 강조한다는 계획이다.

박 공보단장은 "심 후보는 네거티브를 하지 않고 있지만, 이번 토론회가 후보들의 지나친 네거티브나 상호 인신공격의 장이 되지 않을까 우려한다"면서 "후보들간 품격을 지키는 토론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