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이중섭미술관 학예사가 30일 고 이중섭 화가의 사랑하는 아내 이남덕(일본명-야마모토 마사코) 여사의 별세 소식을 언론에 알렸다.이남덕 여사 가족들과 연락을 주고받던 이중섭미술관은 지난 8월13일 이남덕 여사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30일 전저우편을 통해 접하고 언론에 이를 알렸다. 이남덕 여사의 장례식은 가족들만 참석한 가운데,18일 동경 세타가야교회에서 조용히 치러졌다.

이중섭 화백과 이남덕 여사가 나눴던 지고지순한 사랑은 약 80년이 지나도 사람들의 가슴속에 아련히 남아있다.21C인 지금도 한국인이 일본인과 또 일본인이 한국인과 결혼한다는 게 쉽지만은 않은 일인데 유교사상과 반일사상이 극심했던 1930년 후반대 이들은 사랑을 키우며,1945년 우리나라가 해방되기 3개월 전에 함경남도 원산에서 결혼식울 올리게 된다.

당시 해방전이라 창씨개명이 한창일 때 야마모토 마사코는 일본 이름을 버리고 한국 이름으로 개명했다.사랑하는 남편 이중섭이 지어준 이름은 남쪽(일본)에서 온 덕이 많은 사람이란 뜻으로 이남덕이란 이름을 주었다. 마사코는 이 이름을 소중히 받들고 한국인으로의 삶을 살게 된다.그러나 1952년 아버지의 부고소식과 함께 결핵 등으로 쇠약해진 몸 때문에 일본으로 돌아가게 된다. 

어쩔수 없는 환경으로 일본으로 향하기 전까지 7년간 남덕과 중섭은 원산에서 부산에서 서귀포에서 꿈같은 사랑을 나눴다.남덕의 집안은 부친이 미쓰이 그룹인 동경 미쓰이창고주식회사 사장으로 일본내에서 인텔리 계층으로 부유했으며,중섭 또한 원산 대지주의 아들로 유복했다.그러나 이들 집안은 태퍙양전쟁과 한국전쟁으로 완전 몰락의 길을 걸어 참으로 가난하고 힘든 여생을 보내야 했다.그 발자취를 그래픽뉴스로 따라가 보자.(주은철 기자) 

1940년 동경 이노카시라공원에서 우측 중섭과 가운데 연인 야마모토 마사코 

당시 이중섭은 키 178cm의 훤칠한 미남으로 운동과 노래 시에도 뛰어났으며,항상 온유하고 겸손해 여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았다고 마사코는 살아생전 소회를 밝혔다.마사코는 일본으로 유학온 중섭과 만나 사랑을 키우게 된다.

이목구비가 뚜렷한 미남형으로 1940년대에도 시크한 모습이 묻어난다.

유학을 마치고 원산으로 돌아온 이중섭이 마사코에게 보낸 그림엽서-마치 에덴동산을 꿈꾸는 듯한 그리움이 그림에 베어있다. 평론가들이 이 그림을 제대로 평론하지 못하고 있는데,활이 새를 향하지 않고 창공을 향하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자유와 그리움이 활에 베어 있는 이 그림엽서는 이중섭 작품 가운데에서도 수작이라 할 수 있다.화살을 나르는 아내 모습은 결국 중섭이 이 그림을 통해 사랑의 큐피트화살을 꿈꾸고 있음을 짐작케 한다.

1945년 5월 함경남도 원산에서 한국 전통 혼례방식으로 결혼식을 올린 남덕과 중섭-중섭은 어렵게 부모님을 설득해 결혼 승낙을 얻었고 이를 전보로 남덕에게 알렸다.남덕의 부모님은 당시 일본에서 보기드문 카톨릭 신자로서 딸의 결혼을 승낙했지만 화가라서 가정을 잘 꾸릴 수 있을지 걱정이 많았다고 남덕은 소회했다. 중섭의 전보를 받고 무작정 한국으로 가겠다는 딸을 만류했지만 딸은 부관훼리호를 타기 위해 시모노세키로 향했으나,1945년은 태평양전쟁 말기라서 미군의 공습이 극심해 현해탄을 건너기가 어려웠으나 남덕은 목숨을 던질 각오로 현해탄을 건너 부산에 다달은 다음 기차를 타고 서울 반도호텔에 도착해 중섭에게 연락을 취했다.중섭은 원산에서 한걸음에 기차를 타고 달려와 남덕과 부둥켜 안고 재회의 김격을 누렸다. 

지금은 역사속으로 사라진 반도호텔 모습.반도호텔 자리에는 롯데호텔이 들어섰다.남덕은 1945년 4월 반도호텔 재회에 대해 중섭이 삶은 달걀과 사과를 싸가지고 왔는데 그 사과 맛을 잊을 수 없으며,따뜻했던 중섭의 품을 70년이 지나도록 잊어 본 적이 없다는 소회를 밝혔다.

이들이 1945년 5월 결혼식을 올리고 축복으로 얻은 아이들-1945년 원산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단란하게 살던 이들은 1950년 6월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행복했던 신혼의 꿈도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1950년 12월 이들은 구사일생으로 해군 화물선을 타고 부산 범일동 피난민 수용소에 도착했다.생계를 위해 중섭은 막노동을 하며 가족을 돌봤으나,형편은 어려웠다.미군의 공습으로 남덕 아버지의 회사는 잿더미로 변해 하루아침에 몰락했으며,중섭의 땅도 모두 강제수용 당해 이들은 곤궁한 삶을 살아야 했다. 부산생활을 하다가 1951년 1월 제주도로 이주하게 된다. 제주도에서 이들은 전쟁의 참상에서 벗어나 짧지만 1년간 자유의 삶을 누리게 된다.이중섭미술관이 제주도에 생긴 것은 이들의 1년 제주도 생활이 물질적으로 궁핍했지만 가족이 한방에서 먹고자며 가장 행복했던 시기였기에 자유와 평화의 염원을 담아 미술관이 개관하게 된 것이다.

이중섭 가족이 제주도에 머물던 1951년 그린 명작-섶섬이 보이는 풍경, 32.8×58cm, 패널 유채

1951년 제주도에서 1년 머물다가 다시 부산으로 돌아간 이들은 1952년 남덕 아버님이 사망했다는 소식에 남덕이 아이들을 데리고 일본으로 향하자 이산가족이 된다.그때부터 아내와 가족에 대한 그리움에 사무쳐 그림엽서를 보낸 이중섭-가족과 하나가 되려는 마음이 그림에 절절히 담겨있다.그리움을 견딜 수 없어 1953년 7월 중섭은 선원증을 얻어 일본으로 향하게 되며,남덕과 잊을 수 없는 상봉을 하게 된다.그 이후 한국으로 돌아와 외로움을 달래던 중섭은 병을 얻어 1956년 서대문 적십자병원에서 쓸쓸히 생을 마감하게 된다.한국이 낳은 위대한 천재화가 중섭은 가족이 없어 무연고 시신으로 처리돼  망우리 공동묘지에 묻히게 된다.1950년대는 일본과 국교 수교가 안돼 한국인이 일본으로 갈 수도 없었고 일본에서 살 수도 없었다.

남덕은 1956년 김광균 시인으로부터 중섭의 부고소식을 접하고 통곡했다고 한다.당시 국교가 정상화 안 돼 조문도 할 수 없어 중섭은 망우리 공동묘지에 쓸쓸히 묻히게 된다.

2013년 망우리 공동묘지에 묻힌 남편 묘역을 찾아 흐느끼는 이남덕 여사 -그는 2022년 8월13일 향년 101세를 일기로 우리 곁을 떠나 그리운 남편 품으로 돌아갔다.1921년 생인 그는 1916년 생인 중섭보다 다섯살 아래였지만 실제는 호적이 줄어 두살 차이가 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경을 초월해 오누이 같은 사랑을 나누다 이들은 이제 모두 영면의 길로 들어섰다.

안타깝게 가족 넷이 찍은 사진은 없다.중섭은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그림으로 절절히 토해냈다. 중섭의 가족 그림을 보노라면 눈시울이 붉어진다.사랑하는 부인과 아이들을 향한 사무치는 그리움이 절절히 녹아있어 아린 마음을 떨칠 수 없다.밤을 지새우며 쓴 이 기사를 고 이남덕 여사 영전에 바치며 고인의 명복을 빈다.(제천뉴스저널 주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