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의 깊은 초여름밤,모처럼 휴식을 취하는 기자의 집 창문 너머로 구슬픈 뻐꾸기 울음소리가 들려옵니다.

낮에도 밤에도 새벽에도 뻐꾸기는 웁니다.

마치 낮에도 밤에도 새벽에도 쉴새없이 기사를 쓰는 기자처럼 말입니다.

그러면 뻐꾸기는 왜 시도 때도 없이 그렇게 우는 건가요?

주말의 깊은 밤,오늘은 밤을 새며 그래픽뉴스로 신비한 뻐꾸기의 사연을 전해드립니다.

먼저 사진을 보시죠.

유난히 큰 알이 보이실 겁니다.바로 남의 둥지에 알을 낳은 뻐꾸기 알입니다.

일명 탁란(托卵)이라도 불리기도 하는데 뻐꾸기는 자기 둥지가 없습니다.

남의 둥지에 알을 낳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새가 아무리 머리가 나빠도 자신이 품어야 하는 알의 숫자는 안다는 것입니다.그래서 어미 뻐꾸기는 남의 둥지에 있는 알을 얼른 하나 훔쳐먹고 자신의 알을 낳게 되는 것입니다.

뻐꾸기는 보통 약 12-15개 정도의 알을 낳는데 이렇게 남의 둥지를 돌며 (들키지 않게) 하나씩의 알만 낳게 됩니다. 색깔도 (들키지 않게) 알을 품는 숙주새와 비슷하게 낳는데 참으로 오묘한 자연의 신비를 느끼게 합니다.그런데 뻐꾸기는 왜 그렇게 시도 때도 없이 우는 건가요? 

다음 사진을 보시죠

놀라지 마세요. 왼쪽이 남의 둥지에서 부화돼 자란 뻐꾸기고,오른쪽은 뻐꾸기를 기른 붉은머리오목눈이새입니다. 붉은머리오목눈이새가 먹이를 물어다 주는 모습입니다. 다음 사진은 더 명확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궁금한 것은 어떻게 저렇게 큰 뻐꾸기를 작은 오목눈이새는 새끼로 알고 먹이를 물어다 주는 것일까요?

이것은 어미새들의 본능을 이용한 것으로,보통 새들의 경우 붉은 입천장을 가지고 울음소리를 내게되면,먹이를 가져다주라는 알고리즘이 새에 본능적으로 작용해,자동적으로 곤충을 잡아다 주게 됩니다.참으로 오묘한 자연의 섭리를 느끼게 합니다.

이렇게 먹이를 물어다 주구 애지중지 키우면 뻐꾸기는 붉은머리오목눈이새가 어미인줄 알고 따르겠지요? 

그래서 (남의 둥지에다) 알을 낳은 어미 뻐꾸기는 시도 때도 없이 울면서 자신이 친부모란 사실을 알리는 것입니다.뻐꾸기는 철새라 5-7월 동안만 우리나라에 머물다 8월에는 남쪽으로 떠나는데,그때 이렇게 자란 뻐꾸기를 같이 데려가기 위해 우는 것입니다. 

그야말로 붉은머리오목눈이새는 양육만 하고 떠나보내게 되는 것인데,먹이를 찾으러 둥지를 나간 사이에 뻐꾸기는 친부모를 따라 떠나고 없다고 합니다.

끝으로 그러면 뻐꾸기는 왜 남의 둥지에 알을 낳고, 남에게 키우게 하는 것일까요? 

뻐꾸기처럼 탁란을 하는 새들의 가장 큰 특징은 여름철새들 중에서 다른 철새들보다 서식지에 머무는 기간이 아주 짧다는 것입니다.5월 초순에 찾아온 뻐꾸기는 겨우 3개월만 머물다가 8월 초순이면 다시 남쪽지방으로 날아가야 합니다.

그런데 3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은 둥지를 만들고 알을 낳아 새끼를 기를 만한 시간이 도저히 되지가 않습니다.그리고 또 뻐꾸기의 경우에는 먼 거리를 이동하여 날아오는 철새여서 날아오는 도중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는 바람에 둥지를 만들 만한 여력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 한 원인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탁란 외에 종족을 보존하며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입니다.말하자면, 탁란은 뻐꾸기에게는 최후의 눈물겨운 생존전략인 셈입니다.

또한 탁란의 순기능도 있는데,탁란은 대부분 텃새나 일찍 찾아온 다른 여름철새들의 둥지를 이용함에 따라, 그들의 개체수가 크게 늘어나는 것을 막아서 생태계의 적절한 조절 역할을 하는 측면도 있습니다. 

또 탁란을 하는 새는 뻐꾸기가 떠난 후 다시 알을 낳아 번식하게 되므로 개체수 유지에는 큰 어려움이 없다고 합니다.(주은철 기자) 

어미 딱새가 새끼 뻐꾸기에게 먹이를 물어다 주는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