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7일)열린 권석창 의원의 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오리엔테이션 재판"이었다.

근 1시간 가까이 오리엔테이션만 하다가 종료된 재판이었다.

우리가 최순실 사태를 겪으면서 긍정적으로 바라봐야 할 점은 국민의 민도가 상승되고 정치개혁의 전기를 마련할 수 있는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무소불위의 힘이란 존재해서도 안되고 존재할 수도 없다는 경종의 기회가 바로 최순실 사태인 것이다. 그것은 비단 정치분야 뿐만 아니라 사법부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7일의 2차 공판에서 재판부가 들고 나온 것은 석명(釋明)요구였다.  기자는 기사를 최대한 쉽게 써서 독자들이 쉽고 빠르게 이해하도록 노력해 왔다.

석명(釋明) 요구란 민사소송에서 석명 준비명령처럼 복잡한 민사사건에 주로 준용되는 사례로 재판을 신속하게 진행하기 위해 재판부가 미진한 사항에 보완을 요구하는 제도 이다.

본격적인 재판에 돌입하기 전에 준비서면 제츨 단계에서도 재판부가 석명을 요구할 수 있는데 형사사건의 공소기록에 대해 석명을 요구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며 민사소송처럼 복잡하거나 증거가 불충분할 때 석명준비명령을 내리는 것이 보통 관례인 점에 비추어 봐도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것이며  또한 석명을 요구하려면 최소한 1차공판 때 했어야지 2차공판 때 느닷없이 석명 요구를 들고 나온 것은 흔히 있는 일이 아니어서 그 이유가 긍금할 뿐이다.

자칫 잘못하다간 재판부가 시간 벌어주기로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도 있는 일이다. 

권석창 의원에게 적용된 혐의는 크게 세가지다. 공직선거법,공무원법,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다.

검찰은 각각의 사안에 대해 관련법 몇조 몇항을 위반했는지 또 거기에 따른 참고인의 진술조사서와 피의자의 진술 조사서 그리고 각각의 증거목록을 재판부에 제출했다.

방대한 분량의 공소장 기록을 작성하다 보니 세부적으로 바로 잡아야 할 부분도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다른 어떤 사건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록 권 의원 사건의 증거목록은 양과 질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그런데 재판부가 석명을 요구하며,황당하게도 각각의 사안에 대해 대법원 판례까지를 찾아 첨부하라고 주문한 것은 재판권의 지나친 오남용이라 아니할 수 없다.

검찰은 실정법 위반 혐의에 대해 각각의 관련법 위반 혐의를 충분히 공소장에 담았으며 증거도 충분하게 제출했다.

그런데  공무원법 ,공직선거법 정치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 구체적으로 어떤 사안이 법을 위반했는지에 대해  특정해 적시하라고 석명을 요구한 것이다. 공정하고 정확하고 신속하게 재판을 진행하기 위해 재판부가 그렇게 요구했다면 기자는 재판부의 진정성을 시민들께 그대로 전했을 것이다.

그런데 재판부는 대법원의 판례까지를 요구하면서 이번 재판을 투트랙 (two track)전략으로 임하겠다는 점을 분명히했다. 즉  사건의 실체적 규명과 변론의 주요쟁점인 법리 논쟁을 같이 심리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공직선거법, 공무원법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의 각각의 사안에 대해 검찰측과 변호인측의 증인 신청을 받아들여 주심문과 반대심문을 진행할 것임을 밝혀 1심재판이 언제 마무리될 수 있을지 1심재판 기간을 오리무중 상태로 만들어 버렸다.

또한 7일 재판에서 유감인 점은 증거가 충분하지 않을 때 정황증거가 제시되는 것이 상식인데 이렇게 직접적인 증거가 충분한 사안에 대해 검찰과 재판부가 정황증거에 불과한 S-노트 기록에 재판 시간을 할애한 것은 납득하기 어려웠으며 검찰이 제출한 공소기록에 대해  서면이 아닌 재판시간에 동의나 부동의를 가지고 많은 시간을 허비한 것은 방청객이나 재판 소식을 기다리는 시민들을 우롱한 처사가 아닐 수 없는 것이다.

변호인단이 검찰이 제출한 피의자 심문기록 ,참고인 심문기록  증인 진술기록,증거목록에 대해 자신들에게 불리한 사항에 대해 부동의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인데 재판부와 변호인단이 공판 시간의 상당 시간을 동의 부동의를 나누는 모습을 지켜보며 황망한 심경을 감출길 없었다.

재판부 보다는 법리 지식이 부족할지 몰라도 준비된 방청객과 준비된 기자가 시민을 대신해 국민을 대신해 재판을 지켜보고 있음을 재판부가 깨닫기 바란다.

2차 공판의 대부분을 오리엔테에션 재판으로 전락시킨 재판부의 자중을 권고한다.

결론을 맺고자 한다. 유무죄를 떠나 제천단양 지역민들은 신속한 재판을 원한다. 전국 법원장 회의에서도 선거법 재판에 관해서는 1심2심3심 모두를 6개월 안에 마무리 지을 수 있도록 의견을 모은 바 있다.

그런데 1심재판만 만약 6개월을 허비한다면 1심 재판부가 정상이라고 볼 수 있겠는가? 또한 법리논쟁 부분은 재판부가 판례를 찾아 판결에서 제시해야지 검찰에 그런 것까지를 주문하는 것이 바른 일인가? 자신들(재판부)이 해야할 일을 검찰에 떠넘기는 행위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법은 상식의 최소한이며,상식의 집합체이자 결합체다. 재판부에 절대적 권한이 있지만 무소불위의 권한를 부여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먼저 공직선거법이나 공무원법 또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 각각의 사안별로 재판을 진행하기를 바래본다.

이를테면 3차 공판에서는 공직선거법을 4차공판에서는 공무원원법을  5차공판에서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심리한 다음 재판부가 최종 선고를 하면 되는 간단한 일을 이렇게 복잡하게 만들 필요가 있는지 반문해 보고 싶다.

7일의 공판 내용은 특별히 언급할 것이 없다. S-노트 기록과 당원모집 신청서를  PPT화면으로 살펴봤지만 모두 맛보기에 불과할 뿐이었다.

12월19일 3차공판부터는 검찰이 CD에 입력한 직접적인 증거목록들이 제시되며 쟁점 사안에 대해 증인 신청이 채택될 것으로 보인다.

끝으로 검찰에 바라고 싶은 점은 권석창 의원의 재판과 다른 재판의 시간이 중복이 되지 않는다면 검사를 1명 더 투입해 1호검사와 공동으로 재판에 임하기를 바라고 싶다.

공소기록도 방대하고 증거목록도 상당해 1명의 검사가 재판을 진행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많아 보였다.

권 의원 재판보다 공소기록과 증거목록이 훨씬 간단한 송광호 전 의원의 재판때도 2명의 검사가 재판에 투입됐다.

재판에서 자료를 제시하며  각각의 증거물들을 재판부와 방청객들이 알기 쉽게 이해하도록  PPT화면에 띄우는 등 역할을 분담할 검사 1명을 다른 재판과 시간이 중복되지 않는다면 권 의원 재판에 투입되기를 바래본다.

7일의 공판에서 간과해서는 안되는 점도 있는데 첫째 재판부가 공소내용과 상관없는 사안에 대해서는 심리를 불허하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나타냈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공소기록과 관련이 없는 곁가지 사항에 대해서는 권의원 측의 변론이나 검찰의 공소유지나 모두 벋아들이지 않겠다는 것이며,

둘째 신월동 M카페에서 500만원을 건넨 CCTV 동영상에 대해 적법한 절차에 의해 채증된 증거임을 변호사들의 동의를 얻어 확정했다는 점이다.

물론 변호인 측에서 전체적 모습을 촬영한 것이 아니라 특정한 부분만 쵤영된 점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즉 주요 증거를 재판부가 받아들임으로써 권 의원의 관련법 위반 혐의에 대한 입증은 보다 명확해질 것으로 보여 판결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이 모든 것도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이 전제돼야 한다.

재판부가 제천단양지역민들의 간절한 바램을 받들어 유죄든 무죄든 신속한 판결을 내리기를 끝으로 권하며 12월19일 3차 공판부터는 공직선거법,공무원법,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한 본격적인 재판이 진행될 수 있기를 바래본다.(朱恩澈 編輯局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