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에는 4개의 문이 있다. 동쪽의 건춘문(建春門)과 경복궁의 정문인 남쪽의 광화문(光化門), 그리고 서쪽의 영추문(迎秋門)과 북쪽의 신무문 (神武門) 등이다.

동쪽의 건춘문을 지키던 문지기 유자광은 권력의 문고리를 잡고 승승장구 했지만 결국에는 조선시대 최고의 간신이 되어 유배지에서 쓸쓸한 죽음을 맞이했으며, 건춘문 바로 위 북쪽의 신무문 근처에 주둔하며 청와대를 지키던 30경비단장 장세동은 12.12쿠테타에 연루되어 법과 역사의 심판을 받았다.

이는 15세기와 약 30년 전의 오래된 지난 일이다.

그러나 국민 주권 시대라는 현재의 시대적 상황 속에서도 도저히 믿기지 않은 희대의 사건이 벌어져 국민들을 그야말로 충격 상태로 빠뜨리고 있다.

21세기 들어 동쪽의 건춘문 바로 앞 청와대 앞길을 내달아 청와대를 무시로 출입했던 한 여인은 지금 온나라를 뒤흔드는 최순실 게이트로 감옥에 갇히는 신세가 되었다.

이 여인은 청와대를 아무런 제지없이 출입한 정도가 아니라 국정 최고책임자와 청와대를 무슨 콘도처럼 여기며 같이 잠까지 잤다는 의혹을 받고 있으니 우리 정치가 아직도 봉건주의 시대에서 한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한탄이 온나라와 온국민의 가슴에 메아리치고 있다.

인사개입,강제모금,특혜입학,문서유출 등의 각종 일탈 행위 뒤에는 이를 오히려 이용하고 방조한 대통령의 절대적 책임이 있다는 것이 국민 여론이며 검찰 수사결과 발표의 핵심 내용인 것이다.

기자는 기회 있을 때마다 민주주의란 결과의 정치가 아니라 과정의 정치란 점을 강조해 온 바 있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보면 박근혜 정부가 결코 민주주의를 실천해 온 정부가 아닌 점은 너무도 자명하다.

그러한 관점에서 우리가 여기서 한가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이번 사건을 최순실 게이트로만 불러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최순실은 깃털에 불과하며 몸통은 박근혜 대통령인 것이다. 이것은 엄연히 박근혜 게이트 또는 청와대 게이트인 것이다.

적어도 최-박 게이트로는 명명해야 하는 것이다. 미국의 워터게이트 사건을 살펴보면 도청을 감행한 아래 사람의 이름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았다.워터게이트 또는 닉슨-워터게이트로 불렀다.

20일 검찰이 박근혜 대통령이 주도적으로 대기업들에게 압력을 행사해 돈을 걷고 청탁을 일삼은 점을 명확히 밝힌 이상 이번 사건을 박근혜 게이트로 부르는 것이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또한 우리가 여기서 되새겨 봐야 할 점은 국민들의 분노가 결코 박근혜 게이트만으로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세월호 사건에 대한 박근혜 정부의 참담한 대처, 일방적 개성공단 폐쇄와 한반도 신냉전체제 구축, 한진해운 사태 등에 따른 경제 운용의 실패,과도한 언론통제, 백남기 농민의 물대포 사망사건 등이 복합적으로 어루어져 국민들의 분노가 걷잡을 수 없이 표출되며, 박근혜 정부에 등을 돌렸다는 것이다.

20일 검찰 발표에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농단의 공동정범임이 적시된 이상 박근혜 대통령은 선출직 공직자로서 그 명운을 다한 것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모든 것을 내려 놓고 모든 것을 버리지 않는한 비참한 종말을 맞이할 것은 명약관화한 일로 보여진다.

대통령직에서 어떤 방법으로 물러나든 그 이후에는 법의 심판대에 서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현실로 다가올 것으로 보인다. 또한 국회가 대통령의 예우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재임기간 중 국기문란 등 실정법을 위반한 수반에 대해 대통령으로서의 예우를 축소하거나 박탈할 수도 있어 박 대통령은 앞으로 고립무원의 길을 가게 될 것으로 관측된다.

또한 이정현, 김기춘, 최경환,윤상현,황교안,김진태 등 친박의 핵심 세력들도 몰락의 길을 걷게 될 것으로 보이며 서청원,정진석,홍문종,정우택,권성동,김광림 의원 등도 급속히 정치적 권한이 쇠퇴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박근혜 게이트를 계기로 국민을 바라보는 정치인은 성(盛)하고 권력을 바라본 정치인은 쇠(衰)하는 일이 중앙정치뿐만 아니라 전국 각 지역에서도 새로운 트랜드로 자리잡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들은 과거로의 회귀를 원치 않는다. 건춘문 앞 효자로를 거쳐 청와대로 향하는 길은 국민들에게 철저히 봉쇄돼 왔다.

문민정부 시대에 이르러 비로소 소통이 가능했다. 이것의 역사적 의미는 청와대가 결코 경복궁처럼 무슨 궁(宮)이 되어 국민들과 유리돼서는 안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다.

국민들은 청와대가 더이상 구중궁궐로 자리잡는 것도 무소불위의 힘을 휘두르는 것도 용납치 않겠다는 것이다.

기자가 앞서 언급한 김기춘,황교안,이정현, 최경환,윤상현,김진태,서청원,정진석,홍문종,정우택,권성동,김광림 의원 등은 박근혜 게이트 특검에 반대표를 던졌거나 기권한 의원들이며 일부는 박근혜 대통령을 잘못 보좌한 측근들이다. 

이들은 20일 검찰 발표 내용이 그 정도일줄은 상상도 못하며, 민심보다 권력과 정치적 메커니즘의 힘을 더 신봉한 정치인들로 판단되며 일부는 사사로운 정리에 휩싸여 공인의 책무를 저버린 정치인들로 결국 대통령의 몰락과 함께 쇠락의 길을 걷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직책을 보면 국정농단이 비단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씨만의 책임이 아님이 명확해진다.

집권당 당대표,집권당 원내대표,집권당 정책의장, 법사위원장,국무총리,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 그야말로 권세가 하늘을 찌르는 위치에 있거나 있었던 사람들이다. 그러나 이들이 아직도 정신을 못차리고 세상이 어떻게 흘러가고 있으며 어떻게 변하고 있는 줄을 모르고 있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이들 중 단 한명이라도 성명서를 내고 대통령을 독대해 국민의 뜻을 받들어야 한다고 충언하는 인물이 없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며 그러한 정치인들에게 국정의 중심축을 맡겼다는 것이 국민적 불행이었음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결론을 맺고자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미 국민들로부터 정치적으로 탄핵을 받은 것이나 다름 없다. 형식적 절차만 거치지 않았을 뿐이다.

그러나 대통령이 아직도 상황 인식을 못하고 꼬리짜르기식으로 안일하고 몰염치하게 대처하고 있으니 국민들의 분노와 저항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앞으로 제천단양지역도 거센 정치적 회오리가 몰아닥칠 것이다. 2018년 지방선거가 정치권 물갈이의 신호탄이 될 것이다.

제천단양 정치인들이 이제부터라도 옷깃을 여미고 정파와 친소를 떠나 지역민만 바라보고 지역의 발전과 이익에 정치적 운명을 걸어야 할 때가 바로 지금이 아닌지 묻고 싶다.

건춘문과 광화문은 불과 300M 이내의 지척에 있다. 건춘문의 유자광은 역사의 간신으로 자리하고 있지만 효수되어 광화문에 목이 내걸린 전봉준은 역사의 충신으로 자리하고 있다.

우리가 어느 문에 서야 하는지 광화문은 우리에게 또렷이 말하고 있다. 광화문 광장에 11월12일을 기념하는 시민탑이 들어설 날이 곧 도래할 것이며 역사는 2016년 11월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라 기자는 말하고 싶다.(朱恩澈 編輯局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