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난리에 고통받는 이재민들을 두고 어떻게 여름 휴가를 가요. 수해복구가 먼저죠"

사상 최악의 수해의 입은 충북지역 공무원들이 휴가도 반납한 채 복구 현장에서 연일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지난 16일 최고 300㎜가 넘는 폭우가 쏟아진 충북에는 공공·민간을 합쳐 500억원이 넘는 피해가 났다.

앞서 이시종 충북지사는 지난 12일 전 직원에게 서한문을 보내 "즐거운 휴가를 다녀오라"고 독려했다. 주변 눈치 보지 말고 스트레스 해소와 재충전의 기회를 가지라는 의미에서다. 하지만 불과 4일 만에 사상 최악의 물난리가 터지며 분위기가 바뀌었다.

 
숙박시설 예약 변경이 불가능한 일부 직원을 제외한 대부분의 직원은 휴가를 잠정 연기하고 수해복구에 힘을 보태고 있다.

수해 복구 작업 돕는 이시종 충북지사.

개인 사정으로 부득이하게 휴가를 가는 직원도 예정보다 일정을 줄이거나 근교를 택해 서둘러 복귀하고 있다고 도 관계자는 전했다.

충북도는 빠른 수해복구를 위해 매주 수요일 정시 퇴근을 권장하는 '자기 계발의 날'도 당분간 운영하지 않기로 했다.

이 지사 역시 오늘 (31일)부터 다음 달 4일까지 계획했던 여름 휴가를 무기한 보류하고, 도내 수해 현장 점검에 앞장서고 있다.

이 지사는 다음 주 말까지는 긴급한 행사를 제외한 모든 행사의 연기나 축소를 지시하기도 했다.

그는 "이번 호우 피해 응급 복구는 다음 주말까지 끝내야 한다"며 "피해복구 작업을 단계별로 진단하고, 가능한 장비와 인력을 투입해 긴급 복구가 조속히 완료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수해복구가 하루라도 빨리 마무리되도록 많은 국민의 관심과 자원봉사 참여를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충북 지자체 중 피해가 가장 큰 청주시도 사정이 비슷하다.

청주시청 공무원 2천800여명은 수해복구를 위해 2주째 비상근무 태세를 이어가고 있다.재난 관련 부서는 물론이고 이외 부서들도 순번을 정해 평일·휴일 상관없이 복구현장을 찾고 있다.

사진-제천시 공무원들 수해복구 지원 모습

지난 28일까지 청주지역 복구현장에 투입된 누적 공무원 수는 3천717명에 이른다.

이 때문에 이달 초부터 시작된 직원들의 여름 휴가는 사실상 올스톱됐다.

청주시와 연계된 휴양시설을 이용하려던 직원들도 수해복구 작업이 완료될 것으로 예상되는 시기 이후로 예약일을 일괄 연기했다는 게 시 관계자의 설명이다.

청주시 관계자는 "연차휴가를 이용하는 거라 꼭 여름 휴가 기간에 쓰지 않는다고 휴가가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시 산하 직원 모두가 휴가를 가지 못하는 아쉬움보다 수재민들의 아픔을 달래기 위한 복구가 우선이라는 마음으로 전력투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특별재난지역 지정으로 국비 지원 비중이 커지게 돼 효율적이고 신속한 재난복구 작업이 가능해진 만큼 모든 행정력을 집중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지난 16일 충북에 폭우가 내린 이후 복구작업에 투입된 전체 인력은 28일 현재 공무원 8천780명, 군인 2만8천641명, 경찰 1만3천175명, 민간인 2만147명 등 7만명을 넘어섰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