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16일 제천체육관에서 벌어진 KOVO컵 결승전 때 가짜 폭발물설치 신고전화를 했던 22세의 남자가 지난달 1일 구속 기소됐다.

결승전이 열리던 당시 제천시청에 두 차례 걸려온 폭발물설치 전화에 소방당국과 폭발물제거반 등이 긴급히 출동했다. 연락을 받은 한국배구연맹(KOVO)도 보안요원을 동원해 제천실내체육관 내부를 샅샅이 수색했다.

승패가 일찍 기울어진 데다 신고가 허위일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 조직위원회는 경기를 중단시키지 않았다.그런데 폭발 위협범은 홧김에 폭발 위협 전화를 했다고 증언하고 있다.

그는 과연 정말로 홧김에 그랬을까?

그가 캄보디아에서 홧김에 폭발물 신고를 한 것이라 말하고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정은 복잡하다.

해외에서 추적을 따돌리려고 회사 인터넷전화를 이용해 두 차례나 신고를 한 것도 그렇고 3세트 중간에 전화를 건 타이밍도 단순하게 보이지는 않는다.

배구 관계자들은 불법스포츠 도박과 관계가 있을 것이라고 본다.

단순한 장난이 아니라 결승전을 중단시키려는 의도가 숨어 있었다는 것이다. 이날 결승전에서 패한 KB손해보험에 많은 돈을 베팅했던 그가 경기상황이 불리해지자 경기를 무효로 만들기 위해 벌인 행동이라고 확신한다.

그가 불법사설 스포츠도박에 베팅했을 가능성이 높다. 당시 코보컵 경기는 정식 스포츠토토 게임 경기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누구보다 이쪽 사정에 밝은 그가 많은 돈을 잃게 되자 생각해낸 방법이 폭발물설치 전화였다면 과연 범인은 무엇을 믿고 이 같은 무모한 짓을 할 만큼 많은 돈을 베팅했을지 그 배경이 더 궁금해진다.

검찰의 도박자금 추적과정에서 또 다른 진실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자세한 내용은 재판과정에서 밝혀지겠지만 이번 사건을 결코 단순한 해프닝으로 보고 넘기기가 말고 경계하자는 목소리도 높다. 스포츠 도박꾼들은 경기와 선수들의 빈틈을 항상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주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