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가 국토부 장관 사유물인가?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장관의 말 한마디로 고속도로가 백지화될 수 있는가?  

공무원은 정치적 중립의무가 있다. 

아무리 양평고속도로가 정쟁의 중심에 놓여있다고 해도 공무원은 바른 행정을 펼쳐야 한다. 

고속도로가 원희룡 장관 사유재산도 사유물도 아닐진대 마음대로 백지화를 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로 일당 독재의 파시즘 체제에서나 가능할 일이다.그런데 지금 대한민국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게 참으로 기가막힐 뿐이다.  

양평고속도로는 기존 예비타당성 노선에서 약 55%가 변경됐다. 

공무원이나 건설분야에 종사해 (건설)행정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이런일이 가당키나 하다고 생각할까? 

종점을 양서면으로 하는 원안이 시행됐다면 김건희 여사 일가가 소유한 강상면 일대의 땅은 고속도로와 멀어져 그 가치가 하락됨은 부인못할 사실이다. 노선이 양서면에서 강상면으로 변경됨으로써 그 가치가 조금이라도 올라간 것은 사실이다. 

야당과 언론은 그러한 의혹을 얼마든지 제기할 수 있다. 

제천시가 추진하는 도로의 노선이 갑자기 시장 부인이 소유한 부동산 인근으로 변경되었다면,의회나 언론이 의혹을 따져묻는 것은 당연하다.그런데 건설국장이 나서서 의혹을 제기한 사람들을 나무라며,도로개설을 백지화하겠다고 하면 가만히 있을 시민과 언론이 있을까? 

그런데 그런 일이 지금 대한민국 정부에서 벌어지고 있다. 

대통령 중심제 국가에서 장관이 대통령의 재가도 없이 국민의 발인 고속도로를 마음대로 없앨 수 있는 것인지 상식적이지 않다.

대한민국은 대통령제 중심 국가다.대통령에게 5년간의 권력을 위임한 것이지 장관에게 권력을 위임한 게 아니다.그런데 장관이 국책사업이자 시민들의 일상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고속도로 개설을 백지화한다는 게 대명천지에 말이나 되는 일인가? 

국민의힘 정권의 오만함이 극에 달하고 있다.일본 원전수 방출 문제에 대해서도 왜 일본의 대변인 역할을 자처하는 것인지 납득이 안된다.  

공천을 위해서라면, 대통령이 검은 돌을 흰돌이라고 하면 검은 돌에 염색을 해서라도 충성심을 과시하고 싶은 게 지금 공당인 국민의힘의 현실이다. 

청와대(용산)나 행정부의 독선과 독주를 견제하는 기능은 완전히 망실됐다. 

서울에 사는 한 지인은 노량진수산시장에서 바닷물을 떠마신 국민의힘 의원들에 대해 "후쿠시마 원전수가 방출도 안됐는데 물을 떠마시는 게 말이나 되냐"며,"마실려면 원전수가 방출돠고 나서 마시던지 하지 이게 뭐냐"며,국민의힘 의원들의 행태에 대해 오히려 스스로 자괴감을 드러냈다. 

언론은 시시비비를 가려야 할 때는 확실하고도 명확하게 가려야 한다. 너도 틀렸고 너도 잘못됐다는 양비론 뒤에 숨는 것은 언론으로써 비겁한 짓이다. 

조국사태 때는 오만한 민주당 정권에 죽비를 들었어야 했으며, 지금은 그때보다 최소 곱절은 더 오만한 국민의힘 정권에 죽비를 들어야 하는 것이다. 

1948년 정부수립 이후 그리고 1987년 직선제 개헌 이래 고속도로를 장관이 백지화한다고 기자회견까지 한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었다.   

기자회견장에서 고속도로가 원희룡 장관 사유물이냐? 사유재산이냐?"며,소리치는 기자도 없었다는 게 부끄러울 뿐이다. 

1987년 민주화운동의 기폭제가 되었던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보도는 서슬퍼런 독재정권 시절 모진 탄압과 억압을 뚫어내고 대한민국의 깨어있는 기자들이 일궈낸 자랑스런 역사였다. 

그때 대한민국은 적어도 '기자정신'이 살아있었다. 

그런데 지금 대한민국의 언론과 기자들은 너무나 가볍다. 

제대로된 언론과 기자들이 있었다면 일개 장관이 저토록 국민에게 오만불손한 짓을 할 수나 있었을까?  

서울사람치고 양평 한 번 안가본 사람이 없을 정도로 양평은 휴양지로 유명한 곳이다.주말에 교통체증 격는 것은 다반사다, 그런 이유로 양평고속도로가 추진되었는데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장관이 정치논쟁의 중심에 서서 고속도로를 백지화시켜 내년 총선에서 야당공세의 싹을 자르겠다고 나서는 모습을 보면서 윤석열정부의 오만함를 목도하게 된다. 

국토부 장관이 김건희 여사 호위무사나 하고 있는 모습도 참으로 초라해보인다. 

2020년 6월,대선을 약 1년 반 앞두고 원희룡 제주지사가 구인사를 찾았다.

기자는 현장 취재 후 6월 19일 자 기자의눈을 통해 참으로 좋은 평을 많이 써줬다. 적어도 그때는 그에게 권력의 광기는 보이지 않았다.그런데 권력의 완장이 채워지니 이토록 180도 돌변하는 모습이 놀랍다.

지금처럼 글을 쓰기 힘든 때가 없었다.어디까지 글을 써야할지 그것마저도 가늠하기 힘들다. 

대통령이 왜 나토정상회의에 참석해야 하는 것인지 대해 제대로 짚어주는 언론도 없다.

오죽하면 대통령이 중요한 나토 안보회의에 가서 부산엑스포 홍보를 해야할까? 국익을 위한 것이지만 그것은 역설적으로 나토정상회의에서 딱히 한국 역할이 없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나토의 이름으로 유사시 한국의 위기상황에 참여할 수 없다.그런데 나토는 왜 윤 대통령을 초청한 것일까? 

결국 우크라이나 전쟁에 한국의 지원을 이끌어내기 위함이 아닐까? 이미 우리의 155mm 포탄 50만발이 실려가지 않았던가?

일본과 미국에 그치지 않고 나토까지 가서 퍼주어야 한다면 그것이 과연 국익일까?

지금 대한민국은 안팍에서 국민의 이익보다 정권의 이익이 더 우선시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양평고속도로 백지화 결정을 보면서 우려섞인 눈길을 멈출 수 없다.(朱恩澈 編輯局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