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안타깝게 끝난 부산 세계엑스포 유치 실패 사례를 돌이켜보면 정부여당의 안일함과 무능함도 문제였지만 그것을 보도하는 한국언론의 태도는 그야말로 목불인견(目不忍見)이었다. 

결과가 발표되기 전에는 정확한 진실을 전하기보다는 (서로가 어뷰징 기사의) 앵무새가 되어 국민을 희망고문 하는데 한몫을 했으며,유치 실패 후에는 자신들의 책임을 회피하려 사우디아라비아가 막대한 오일머니를 앞세워 승리할 수밖에 없었다는 취지로 글을 썼다.

진실은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라는 것이다.

세계엑스포는 구조적으로 표를 돈으로 살 수 없는 구조다. 

기라성 같은 한국의 삼성,현대,LG,SK 등 대기업들이 총력전을 펼쳤는데도 겨우 29표 득표에 그쳤다는 것은 이를 반증한다. 

올림픽 유치와 액스포 유치는 그 접근 방법이 판이함에도 정부와 한국언론은 이를 간과했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유치한 1981년의 바덴바덴의 기적은 물량공세를 통해 IOC위원들의 마음을 움직이면 가능했기에 현대그룹의 정주영 회장 같은 기업가가 움직이기 좋은 환경이었다. 

그러나 엑스포는 환경이 완전히 다르다.60표가 넘는 표를 가지고 있는 아프리카의 표심을 잡기 위해서 도대체 누구에게 돈을 뿌릴 수 있단 말인가? 

삼성,현대,LG,SK 등 한국의 대기업이 2차전지 공장이나 휴대폰 공장,자동차 생산공장 등을 맞춤형으로 아프리카 각 나라에 지어준다고 할 수 없는 상황이다.사우디도 마찬가지로 60여개가 넘는 각 나라에 어떻게 돈을 다 뿌릴 수 있겠는가? 

일부 국가에 차관을 제공할 수는 있겠지만 한국정부도 그 정도 차관은 제공할 수 있는 여력이 있다. 결국 돈으로 승부가 갈린 게 아니라는 것이다.그럼에도 한국언론은 오염수 같은 오보와 가짜뉴스를 쏟아냈다. 

엑스포는 무기명 투표라서 애시당초 비공개지지란 있을 수 없다.비공개로 지지한다고 해도 그것을 담보할 수 없다는 얘기다.한국정부는 이를 간과했다.최대한 공개지지를 이끌어내도록 더 세심한 노력을 펼쳤어야 했으나 외교 수장이나 국가 수반 면전에서 덕담으로 얘기한 것까지 지지표로 환산하는 우를 범했던 것이다. 

작금의 국제정치와 국제외교에서 아프리카를 움직일 수 있는 4대 강국은 미국,프랑스,중국,일본 등이다.특히 프랑스와 중국은 미,일보다 아프리카에서의 영향력이 크다.

결국 중국과 프랑스가 사우디아라비아를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순간 액스포 유치의 명암은 사실상 갈린 것이라 볼 수 있다. 

일본이 비공식적으로 한국을 지지한다고 했으나 결국 투표장에서는 사우디에 한표를 행사했을 가능성이 높다.일본과 사우디 관계를 고려하면 더더욱 그렇다.일본이 원유 대부분을 중동에 의존하고 있으며, 특히 사우디와 UAE에서의 수입 의존도가 절대적이다.더욱이 사우디가 천문학적 돈을 쏟아붓는 네옴시티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어 일본은 구조적으로 한국을 지지할 수 없는 형국이었다. 

일본의 국익을 위해 립서비스로 한국을 지지한다고 했지만 다른 (외교) 경로를 통해 투표장에서는 사우디에 한표를 던지겠다고 약조했을 가능성이 훨씬 높다.일본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그보다 더한 일도 할 수 있는 나라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한국언론과 기자들은 일본의 앵무새가 되어 아무런 담보도 없는 요미우리신문의 "(일본 정부의) 비공개 한국 지지" 보도 내용을 대서특필했다. 

만약 한국으로 엑스포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았다면 일본 요미우리신문이 그렇게 보도할 수 있었을까?

사우디와의 경제적 관계를 고려하면 그런 보도를 할 수 없었을 것이다.제천뉴스저널의 자문위원을 맡고 있는 한 인사는 한국이 안 될 것이 뻔한 상황에서 일본 정부가 자국의 이익을 위해 우익 신문을 앞세워 언론플레이를 한 것을 한국 언론들이 나팔수가 되어,아무런 여과장치와 비판없이 대서특필했다고 개탄했다.아울러 "한국이 1차 투표에서 3분의 2를 얻기가 사실상 불가능했다면 전략적으로 사우디의 3분의 2 득표를 무산시켜 결국 결선투표에서 뒤집는 것이 유일한 방책이었을 텐데 그렇다면 모든 회원국을 대상으로 지지를 호소하기 보다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3분의 2 득표를 저지할 수 있는 우호 국가에 올인했어야 했다"며,안타까움을 표했다.  

이번 엑스포 유치 실패의 교훈은 앞으로 국제행사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미국,일본,중국,프랑스 등 국제정치와 국제외교의 4대 강국을 반드시 우군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은 한국을 지지하고 미국은 이탈리아를 중국과 프랑스는 사우디를 지지했다는 보도도 있었지만 기자는 미국일본프랑스중국 등 4개국 모두 자국의 이익을 위해 투표장에서는 사우디에 표를 던졌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사우디가 1차에서 3분의 2가 넘는 득표를 올린 것을 보면 그런 의심을 떨칠 수 없다.미국일본중국프랑스가 되지도 않을 나라에 표를 던졌을 가능성이 낮다라고 본다. 

국제정치와 국제외교의 4대 강국인 나라들이 지국의 이익을 무시하고 되지도 않을 나라에 표를 던졌을 가능성은 현저히 낮다라고 봐야 할 것이다.  

사우디의 오일머니 때문에 실패했다란 가짜뉴스에 현혹될 것이 아니라 국제외교와 국제정치의 4대 강국 중 단 한 나라라도 공개지지를 이끌어내지 못한데 대해 자성하고 거기에 실패의 원인이 있었음을 깨닫기 바라며,다음에는 기필코 부산에서 세계엑스포가 열릴 수 있도록 이번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기를 권하고 싶다.(주은철 기자)

무참히 패해 "졌지만 짤사웠다"란 '졌잘싸'가 될 수 없는 상황임에도 끝까지 진실을 외면한 보도 

그에 비해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 "과연 오일머니 탓일까란" 보도로 실체적 진실에 다가서려는 노력을 기울인 몇 안되는 언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