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왜 구인사(救仁寺)를 찾았나?  기자가 18일 상월원각대조사(上月圓覺大祖師)의 제46주기 열반대제(涅槃大齋) 법요식(法要式)을 취재한 이유는 보수의 유일한 희망 원희룡(元喜龍) 제주지사가 법요식에 참석하기에 그가 어떤 인물인지 취재해 그 실상을 알리고 싶어서였다.

먼저 돌아가신 망자를 추모하는 의식으로 재(齋)와 제(祭)가 있다.

(유교의) 제(祭)가 망자에 대한 제사의 개념으로 한정된 반면,(불교의) 재(齋)는 망자에 대한 천도의식을 비롯해 산 자 스스로도 삼업(身,口,意)을 삼가하고 정신과 육체를 정결히 하는 의식 행위를 의미한다.천도재나 49재에도 재(齋)를 사용한다. 따라서 상월원각대조사(上月圓覺大祖師) 제46주기 열반대재(涅槃大齋) 법요식(法要式)의 대재는 큰 제사를 의미하는 대제(大祭)가 아니라 대재(大齋)가 맞다.

구인사는 기자가 방황(彷徨)하던 시절 시내버스를 타고 찾았던 곳이다.

구인사 입구에서 기자를 맞이한 一心常淸淨이면 處處에 蓮華開니라(일심상청정 처처연화개)란 법어가 아직도 가슴에 비수처럼 꽃혀있다.

그 (법어의) 가르침이 구인사를 창건하고 천태종을 중창한 상월스님의 가르침이란 것을 알고는 그 당시 수리봉에 모셔진 상월 큰스님의 묘소를 힘들게 찾아갔던 기억이 아직도 또렷하다.상월스님은 다비의식을 하지 않고 유언에 따라 묘에 매장해 모셔졌다.

구인사는 가파른 언덕이 쉼없이 이어진다.구인사 초입에서 7층 규모로 엘리베이터가 운행되는 끝자락의 광명전까지 가는 길은 결코 만만한 길이 아니다. 셔틀버스도 중턱의 총무원 건물 인근까지만 운행되기에 그 나머지 구간은 누구든 걸어야 한다.

총무원 접견실에서 광명전까지 비탈진 길을 10여분 오르다 보면,현장취재의 고통을 몸소 체험하게 된다.

18일 원희룡 지사와 엄태영,이헌승,권성동 의원 그리고 류한우 단양군수 등도 가파른 비탈길을 걸었다.기자가 현장에서 확인한 바에 따르면 엄태영 국회의원의 체력은 대단했다.

화장실을 들리느라 본진과 잠시 떨어졌지만 그 가파른 길을 한번도 쉬지 않고 걸어 이내 본진과 합류했다. 1년 365일이면 약 300일 정도는 술을 마시는 애주가인 엄 의원이 이범윤 단양군의회 의장의 조문 등으로 16일과 17일 연거푸 술을 마시고 18일 오전 행사에 그렇게 쌩쌩한 체력을 과시하는 게 신기했다. 그는 "매일 아침 스쿼시를 500회 정도 친다"며 운동으로 다져진 체력임을 과시했다.

힘들게 광명전에 도착하자 법당안은 신도들로 인산인해을 이뤘다.법당안으로 들어가지 못한 불자들은 법당 밖에서 대재에 함께 했다.

기자는 총무원 접견실에서 원희룡 지사의 모습을 볼 수 없었기에 원 지사의 모습을 혹 카메라에 담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불안한 마음으로 광명전으로 향했다.

수많은 신도들이 운집한 광명전 법당안을 유유히 걸어 기자는 맨 앞자리로 향하며 원 지사가 자리하고 있는지 살폈다.

그는 마스크를 쓴 채 맨 앞자리에서 정좌하고 있었다.

그의 첫 인상은 꼿꼿함이었다.흐트러짐이 없는 마치 수행의 길을 걸어온 구도자처럼 의연했다.

그동안 기자는 제천과 제천 인근을 찾은 수많은 정치인을 카메라에 담았다.

문재인 대통령,이낙연 전 총리,박원순 서울시장,이재명 경기지사,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김종인 미래통합당 비대위원장,이인영 전 민주당 원내대표,나경원 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등 수많은 정치인을 마주했으며,대통령 영부인 김정숙 여사도 문재인 대통령의 후보 시절 마주했다.

이 가운데 가장 겸손하며,진지하며,따뜻한 모습을 보여준 정치인은 2016년 10월 제천을 찾은 문재인 대통령이었다. 그는 2016년 민주당 전 대표라는 직함을 가지고 그리고 유력한 대선주자라는 신분을 가지고 제천을 방문해 인간적인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줬다.가식으로 만들어질 수 없는 인간 문재인의 모습을 기자는 생생하게 목도했다.그는 2016년 제천농업지도자 행사의 전 부스를 다 돌며 일일이 농민들의 손을 잡아줬다.인구 14만의 소도시 제천을 스쳐간 것이 아니라 그날 오롯이 제천과 같이 했다.

그 2016년 이후로 기자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 정치인은 없었다.

오히려 미화된 모습으로 치장된 유력 정치인들의 실상을 마주할 뿐이었다.

2020년 6월18일 기자와 마주한 원희룡 지사는 전국학력고사 1위,서울대 수석 입학,사시 수석합격 등 대한민국 유일무이한 3수석의 까탈스런 수재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고,겸손하며,온화하며,단아한 모습속에서도 강인한 모습을 나타냈다.

2016년 문재인 대통령 이후로 정치인다운 정치인을 처음 마주한 것이다.

그가 보수의 마지막 희망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더 깊게 가슴속에 파고들었다.2022년 대선은 보수의 명운이 걸린 가장 치열한 대회전이 될 것이란 생각을 각인시키에 충분했다.

열반대제가 열리는 법당안에서 그 어떤 정치인도 코로나의 두려움에 마스크를 벗지 못했다.천태종 종정스님 앞에서만 벗을 뿐이었다.

그러나 원 지사는 카메라을 든 기자들의 취재를 위해 마스크를 벗었다.

그리고 대재가 열리는 행사 내내 그 모습을 그대로 견지했다.

자신의 모습이 잘 나오기 위해 마스크를 벗었다가 카메라가 사라지면 다시 마스크를 착용하는 그런 정치인이 아니었다.그는 18일 스스로도 삼업(身,口,意)을 삼가하고 정신과 육체를 정결히 하는 대재(大齋) 행사 정신에 녹아든 유일한 정치인이었다.

2022년,민주당을 출입하는 기자들은 민주당 관계자들이 쏟아내는 원 지사에 대한 악평을 여과없이 그대로 보도할 것이다.여기에 맞서 미래통합당을 출입하는 기자 가운데 누가 그들에 맞서 원 지사의 진면목을 알릴지가 궁금하다.2022년 대선은 기자들끼리 또 언론사끼리 물고뜯는 대리전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18일 행사를 취재하며 뇌리를 스쳐갔다.

원희룡은 제주도 중문 촌놈이다.그런 그가 1982년 전국학력고사 1위를 차지한 건 기적을 넘어선 것이다. 서울 강남의 내로라하는 부유층의 억대 과외를 제치고 과외 한 번 받지않은 그가 전국학력고사 1위를 차지한 건 무엇으로 설명할 길이 없다.

원희룡 지사는 18일 추도사에서“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에서 매일매일 사람들이 생을 달리하고 가난한 사람들은 절망적인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으며, 이런 와중에 남북 평화마저 크게 흔들리며 두려움과 불안이 점점 확산되어 희망보다는 절망의 목소리가 더 많이 들리고 있다”며 작금의 상황을 우려했다.

이어 원 지사는 “일찍이 상상도 못했던 코로나19를 제주도지사로서 맞서면서 비로소 사람과 자연과 기계가 함께 살아가는 지혜를 못 찾으면 큰 재앙이 온다는 것을 절감하고 있고, 방역과 재난 지원을 하면서 처음으로 정치의 무한한 책임을 온 몸으로 느끼고 있다”며 비장한 소회를 밝혔다.

아울러 “(상월) 대조사님의 가르침은 바로 이때를 위한 것”이라며 “아무리 큰 위기가 오더라도 담대한 리더십과 공동체를 위한 마음이 모이면 다 이겨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원 지사는 "아무리 큰 위기가 오더라도 담대한 리더십과 공동체를 위한 마음이 모이면 다 이겨낼 수 있다”며 “이것이 (상월)대조사님의 리더십을 한없이 그리워하는 이유"라며,자신도 "큰 스승님의 가르침을 본받아 미력하지만 최선을 다해 가르침을 따르겠다"는 뜻을 전하며,2022년 대선에 임하는 결연한 각오를 간접적으로 피력했다.

그가 현재로써는 보수세력의 정치적 현실로 인해 2022년 대선에서 분루를 삼킬 가능성이 크다.그러나 그가 어떻게 담금질을 하며,언론이 그의 진면목을 어떻게 보도하느냐에 따라 그가 보수의 유일한 희망을 현실로 실현시킬 가능성도 있다.

18일 원희룡 지사는 제주도에서 단양 구인사까지 날아와 이날 구인사를 찾은 1만여 신도들에게 작은 불씨 하나를 지피고 갔다. 그것이 불쏘시개로 부활해 2022년 대선판을 붉게 태울지 앞으로 원 지사의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싶다. *기자는 새벽 3시에 일어나 진실을 전하려는 의지로 아침 7시20분에 기사를 마쳤다.*(주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