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이렇게 멋진 영화 평론글을 제공해주신 독자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천천히 읽으며 우리 시민들 편안한 주말 보내시길 바란다.
완독하면 가슴한켠에 아련함이 밀려올것이다.
우리는 지금 어디로 가고있는 것인가 우리가 부질없는 것에 너무 얽매여
있는것은 아닌지 6월의 주말 찬찬히 돌아보자.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 되었다.

<아름다운 화해>
참 느린 영화가 한 편 있다. 거북이가 엉금엉금 기어가듯, 느리지만 분명히 앞으로 나아간다. 팡파르
울리듯 인생을 찬미하는 영화, 보란듯이 무지개 색깔을 펼쳐 보이지는 않지만 차분하게 삶을 어루만지는 영화다. 데이비드 린치 감독이 과거와는 전혀
다른 취향을 보여주는 1999년 작 <Straight Story, 스트레이트 스토리>.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 졌고,
주인공 리차드 판스워스는 그 이듬해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최고령 후보로 이름을 올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일흔 세 살의 노인 앨빈 스트레이트는 미국 아이오와 주 작은 시골 동네에서 가난하게 살고 있다. 언어
장애가 있는 마흔 살의 딸 로즈가 그를 보살펴 준다. 앨빈은 최근 들어 급격히 눈이 침침해지고, 의사는 당뇨합병증이 우려된다며 담배를 끊으라고
권유하지만 자존심 센 카우보이답게 시가를 끊지 않는다. 앨빈은 다리도 불편해 쌍지팡이를 짚어야 거동이 가능할 정도다.
어느 날, 10년 넘게 의절하고 살던 형 라일이 뇌졸증으로 쓰러졌다는 전화를 받게된다. 어린 시절
그렇게 정이 깊었던 형제는, 살아가면서 소소한 오해가 쌓여 10년 전부터 남남으로 지내고 있었다. 형은 500여㎞나 떨어진 위스콘신 주에 살고
있다. 요 며칠 앨빈은 무척 바쁘다. 수십 년 된 잔디깎이 기계를 용접하고 손 봐서 수레와 연결시키고 수레 안엔 자신의 잠자리를
마련했다.
![movie_imageFY013E34[1]400.jpg](http://www.jnjl.kr/data/cheditor4/1506/20150606190648_ajulnasq.jpg)
앨빈은 딸 로즈에게 말한다. “얘야, 아무래도 라일 형님을 한 번 뵈러가야겠다. 10년 전에 마지막으로
봤으니, 얼마나 아픈지 인사도 드릴 겸 가 봐야지.” 시력이 좋지 않아 운전면허가 없는 앨빈은 잔디깎이 기계를 트랙터로 개조해 탈 것으로
만들었다. 이 느림보 트랙터를 타고 머나먼 형 집을 찾아갈 계획이다. 최고 속도 시속 8㎞로 500여㎞ 장거리 여행길을 떠나려 한다. 딸과 동네
친구들은 이 무모한 여행을 만류하지만 그의 고집을 꺾지 못한다.
삶의 속도가 자꾸만 빨라진다. 시속 100㎞도 부족하다. 사람들은 빨리빨리 이동하는 것을 좋아하고,
더디고 늦는 것을 싫어하게 되었다. 길이 막히고 지체되는 것을 끔찍하게 여긴다. 여기 인생 말년의 주인공 앨빈은 시속 8㎞를 선택한다.
시외버스를 탈 수 도 있고,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 자동차에 편승할 수도 있었지만 스스로 잔디깎이 트랙터를 운전하며 풍찬노숙의 여행길을 떠난다.
이 희한한 로드무비의 앵글도 시속 8㎞의 늦은 속도로 천천히 앨빈의 뒤를 쫓아간다. 느린 화면, 느린 대사, 느린 표정, 느린 풍경, 느린
서정이 화면 가득 전개된다. 오늘은 저만큼 가야하다고 작정하지 않는다. 오래된 트랙터가 과열로 고장이 나 견인되어 집으로 되돌아와도 없는 살림에
중고 잔디깎이를 구입해 다시 여행을 떠난다.
드넓은 옥수수밭 평원이 나타난다. 시골 아이들과 빨래하는 여인들이 손을 흔들어 준다. 해가 지면 길가에
모닥불을 피우고 소시지를 구워먹는 동안 밤하늘엔 뭇별들이 가득하다. 어린 시절 늘 형과 함께 밤하늘을 보며 지냈던 앨빈은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이 여행에서 형과 나란히 앉아 밤하늘을 바라보고 싶은 마음 뿐이다.
어느 저녁 가출한 10대 소녀를 만났다. 앨빈은 모닥불을 같이 쬐며 소녀를 타이른다. “얘야, 나뭇가지
하나는 금방 부러뜨릴 수 있단다. 하지만 나뭇가지를 여러 개 묶어 놓으면 누구라도 함부로 부러뜨릴 수 없지. 가족이란 바로 나뭇가지를 묶어주는
끈과 같단다.” 소녀는 이튿날 새벽 나뭇가지들을 끈으로 묶어 놓고는 먼저 떠난다. 비가 오면 헛간에서 지낸다. 앨빈은 담배를 물고 쏟아지는
빗줄기를 쳐다본다. 잿빛 담배 연기가 빗속으로 사라질 때, 화면을 감아 흐르는 애조 띤 바이올린 선율이 가슴을 울려주기도 한다.
![straight_story_wony0303[1].jpg](http://www.jnjl.kr/data/cheditor4/1506/20150606190805_gtuvntvi.jpg)
브레이크가 시원찮은 트랙터가 결국 내리막길에서 고장이 나 마음씨 좋은 부부에게 신세를 질 수밖에 없게
된다. 수리하는 며칠 동안 앨빈의 사정을 알게된 부부가 자신들이 차로 데려다 주겠다고 해도 앨빈은 정중히 사양한다. “정말 고마워요. 하지만 이
길은 힘들지만 내 힘으로 마무리짓고 싶어요. 내 여행을 내 힘으로 끝내고 싶답니다.” 앨빈의 사연을 전해들은 시골마을 노인과 맥주를 한 잔
한다. 두 노인은 2차대전 참전의 경험을 주고 받는다. 20대 초반에 겪은 전쟁은 그들에게 깊은 상흔을 남겨놓았다. 생사가 갈리는 전장에서
살아남은 자들의 고통을 나눈다. 앨빈은 저격병이었다. 소대원을 지키기 위해 멀리서 꿈틀거리는 물체를 사살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동료
수색병이었던 사실을 처음으로 고백한다. 전쟁터에서 돌아온 제대병들 모두가 가슴에 응어리를 품고 있다. 그 응어리가 알코올 중독에 빠지게 하고,
사회적응에 장애물이 되기도 한다. 두 참전 용사들은 서로의 어깨를 두드려 주며 서로를 위로한다.
육중한 트레일러가 거센 바람을 일으키며 지나간다. 버스도 스포츠카도 쏜살같이 스쳐간다. 사이클 행렬도
지나간다. 자전거 여행중인 젊은이들이 나이 들어간다는 것이 좋을 때도 있냐고 물어오자 앨빈은 이렇게 대답한다. “부질없는 것에 연연하지 않게
되지.” “그럼, 늙어가는 것의 단점은요?” “자꾸 젊었던 날들이 떠오르거든...”
미국 중부를 가로 지르는 가을날의 국토대장정. 피붙이를 찾아가는 6주간의 ‘거북이여행’이 어느덧
목적지를 앞에 두고 있다. 일흔다섯 살의 형은 외딴 곳 쓰러질듯한 오두막에 살고 있다. "라일!" 두 번을 부르니 한참 있다가 "앨빈?" 형의
목소리가 새어나온다. 문이 열리고 병색이 완연한 라일이 보조기구에 의지한 채 비틀거리며 나온다. 믿을 수 없다는 듯, 하지만 언젠간 만날 줄
알았다는 듯. 지팡이에 기댄 앨빈이 다가가고, 마침내 늙은 형제는 나란히 앉는다. 마당에 멈춰 선 잔디깎이 트랙터를 보고 라일이 묻는다. "저걸
타고 날 보기 위해 그 먼 길을 왔니?" 지친 동생의 짧은 대답. "그래". 그때 형의 눈에서는 뜨거운 눈물이 흐르고, 애써 눈물을 참느라
앨빈은 먼 하늘을 바라본다.
한 노인이 운전하는 트랙터의 털털거리는 소리, 완고한 하지만 아름다운 고집,나이가 들면 옴 몸이
푸석거리고 두 눈은 퀭해진다. 뼈마디는 삐걱거리고 피부엔 검버섯이 자라나기도 한다. 삶의 속도는 눈에 띄게 늦어지고 젊은 사람들 바라보는 것도
힘겹게 된다. 감정도 노쇠해져 자꾸만 남은 나날이 누추하게 느껴진다. 살아온 나날들이 빛난 적은 없었지만 자신의 삶을 어떻게든 정리하고
싶어진다. 맺힌 것은 풀고 싶고, 헤어진 인연은 기별해보고 싶어진다. 그래서 초라하지만 느린 길을 떠났던 것이다. 이 영화와 함께, 슬프면서도
깊은 지혜가 서린 주인공의 눈을 따라 시골길을 느릿느릿 지나가는 여행을 권한다. 그 여행이 끝나면 누군가는 밤하늘의 별을 찾아 또 다른 길을
나설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