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봄은 왔으나 봄은 오지 않았다.
신래불사신(新來不似新) 새해가 왔으나 새해는 오지 않았다.
기자는 시대를 기록하는 자로서 먼 후세대를 위해 지난 세밑과 무술년 새해 첫날을 역사의 기록으로 남기고 싶다.
지난 세밑인 21일에 일어났던 용두동 화재 참사는 제천에 신래불사신(新來不似新)이란 신조어를 만들었다.
29명의 고귀한 안타까운 희생은 지난해의 10대뉴스도 무술년 새해의 시장과 시의장의 신년사도 집어삼키고 말았다.
무술년 새해가 밝은 원단의 아침 제천은 신래불사신(新來不似新)으로 분위기를 요약할 수 있겠다.
한해를 마감하는 세밑인 31일 제천시 일원에는 아침나절에는 하얀 눈이 소복이 쌓였으며,제천의 진산 용두산도 멋진 설경을 자아냈다.

기자는 세밑 31일 제천의 한 교회에서 오전 11시 예배를 드렸다.
기도와 찬양중에 여기저기서 흐느끼는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난 세밑 용두동 화재 참사로 운명을 달리한 고인들을 생각하며 추모하는 흐느낌이었을 것이다.
세밑인 31일 제천시 일원에서는 교회와 성당 또 법당에서 제천인구의 약 30%인 약 3만명 이상이 예배와 예불을 드렸으리라 판단된다.
우리시민 10명중에 3명은 예배와 예불속에서 고인들과 유가족을 위해 기도했으라라 생각한다.
기자도 슬픔을 억누를 수 없다. 로컬기자로서 고향에서 일어난 이 참사에 대해 느끼는 기자의 감정은 다른 기자들과 같을 수는 없다.
기자는 화재 참사 현장에 마련된 임시 분향소에 헌화했으며,제천체육관에 마련된 합동분향소도 참배했다.
기자는 국화 한송이를 들고 영정들을 바라보며 조의를 표하면서 헌화할 곳을 찾다 고 감다애양 영정앞에 헌화했다.
29인의 죽음 하나하나는 모두 슬프고 아리지만 못다핀 꽃한송이인 고 김다애양과 고 김지성양을 생각하면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다.
고 김다애양은 숙명여대에 장학생으로 합격했으며,고 김지성양은 고려대 국문과에 합격해 문학도의 꿈을 간직한 꿈 많은 소녀였다.
이들을 떠나보내는 가족의 마음이 어떻하겠는가? 하늘도 울고 산천도 울었다는 말이 바로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숙명여대 총장은 조화를 보내와 캠퍼스를 제대로 밟지도 못하고 스러져간 고 김다애양을 추모했다.
이번 참사로 희생된 고인들은 죽기전에는 한가정의 딸이고 아들이고 아버지이며 어머니였다. 그리고 할머니요 할아버지였다.
그러나 이제 고인들은 우리 13만 제천시민들의 형제자매요 부모가 됐다.
그러한 마음이 우리시민들의 마음일 것이다.
"너(희)는 기도할 때에 네 골방에 들어가 문을 닫고 은밀한 중에 계신 네 아버지께 기도하라 은밀한 중에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갚으시리라"
성경말씀처럼 드러내지 않아도 깊은 다락방에서 기도하며 또한 은밀한 곳에서 흐느끼는 시민들이 부지기수 일 것이다.
29명의 희생자가 100명의 시민들과 인간관계를 쌓았어도 2900명이요 천명과 알음알음으로 연이 닿으면 약 3,4만명이 직간접적으로 희생자들과 맥이 닿아 있는 것이다.
작은 소도시인 제천에서 우리 인구의 약 30%가 이번 화재의 트라우마에 놓여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엄중한 사태를 맞이했음에도 우리 시민들이 보여준 성숙함은 참으로 고귀하고 아름다운 것이었다.
지난 세밑 기자가 식당에 모임 취소 전화를 걸었을 때,식당주인은 당연히 취소될줄 알았다며 오히려 고인들을 추모했고,세밑 25일에는 많은 상가들이 고인들을 추모하며 문을 닫았다. 누구 하나 불평한 사람이 없었으며,오히려 죄인된 심정으로 고인들을 추모하며 ,유가족들에게 연민의 마음을 보냈다.
유가족은 다른 참사에서 그리고 다른 도시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성숙함을 발휘해 제천의 시격(市格)을 높였다.
조건을 내걸어 장례을 끌지 않았고 모두 5일안에 발인을 마쳐 외지에 있는 지인들이 전화를 걸어와 같이 아파하면서도 제천시민들과 유가족들의 성숙함과 순박함을 칭송했다.
우리는 이번 참사로 잃은 것이 크지만 얻은 것도 있다
시민들이 어려울 때 하나가 되는 단결된 힘과 성숙한 시민의식을 우리는 목도했다.
남보다 나를 먼저 생각하는 그간의 제천의 풍토에서 나보다는 남을 먼저 생각하는 살아있는 인간애의 모습을 처음으로 서로가 목도했다.
그렇기에 이제 우리는 이러한 희생이 헛되이 되지 않도록, 또 이러한 시민의식이 사라지지 않도록 모두 하나가 되어 슬픔을 승화시켜 나가야 한다.
마음 깊은 곳에서 나오는 진정한 위민 애민의 마음으로 이번 사고를 승화시킬 수습책 마련에 지혜를 모아 나가야 한다.
참사를 막을 수는 없었어도 참사를 수습할 수는 있어야 한다.
그것은 비록 시장에게만 주어진 책무가 아니다.제천의 모든 정치인들이 정파를 초월해 하나 되어 나서야 한다.
이제 시민들은 지방정부가 어떤 수습책을 내놓을지 기다리고 있다.
지난 세밑 공직자들은 쉬지도 못하고 애썼다. 또한 전대미문의 12월31일 인사이동 발표의 고충도 격어야 했다.
이제 지방정부의 수장이 나서 또한 제천의 정치인들이 나서 공직자들의 고충을 어루만지고 이들의 자긍심을 회복시키며 시민들께도 희생자들께도 또 유가족들께도 부끄럽지 않은 생산적이며 건설적인 수습책을 제시해야 한다.
끝으로 우리 사랑하는 시민들,우리 사랑하는 유가족들 힘을 합쳐 이 슬픔 이겨 나가요,다애와 지성이는 진정 우리들의 딸이며, 그리고 27인은 우리들의 기족입니다. 다시는 제천에서 이러한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새로운 제천을 만들어 나가는데 힘을 모아 나가요....
전도서 3장을 요약하며 칼럼을 맺고 싶습니다.
"날 때가 있고 죽을 때가 있으며 심을 때가 있고 심은 것을 뽑을 때가 있으며 울 때가 있고 웃을 때가 있으며 슬퍼할 때가 있고 춤출 때가 있으며.... 다 흙으로 말미암았으므로 다 흙으로 돌아가나니........... "
지금은 우리는 아직 울 때며 슬퍼할 때입니다.........
그러나 "다 흙으로 말미암았으므로 다 흙으로 돌아가나니........... "우리 이제 어렵지만 죽음과 작별하고 슬픔과 이별할 준비를 해 나가요.... (2018년 1월1일 무술년 새해 주은철 기자)
2017년 12월31일 합동분향소의 모습
